<<잿빛 나비 2화>>

2화. 잿빛 머리카락

by 윤지안


《잿빛 나비》
2화. 잿빛 머리카락

은서의 머리카락은 원래 검었다.
햇살이 스미면 약간 갈색으로 반짝이던,

어릴 적의 사진 속 머리칼.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거울 앞에 서면,

그녀는 자신의 머리에서 색이 빠져나간 걸

느낄 수 있었다.
서은이 떠난 그 해 겨울,

눈처럼 천천히, 가볍게 잿빛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한 번도 염색하지 않았다.
누가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에게 말하듯, 마음속에서 조용히 되뇌었다.
“서은이 나 대신 가져간 색이야.”

**

서은은 은서보다 두 살 어렸다.
하지만 은서에게 서은은 언제나 지켜야 할 아이였다.
아버지의 손이 거칠게 올라오던 밤,
어머니가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서던 날,
은서는 침대 밑에 웅크린 서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괜찮아. 나만 믿어.”
그 말은 마법처럼 반복됐다.
그래서인지 서은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조용하고 예민했지만, 웃음은 맑았다.
햇빛이 반사된 유리창처럼.

어릴 적 둘은 자주 역 근처 언덕에서 놀았다.
그곳엔 야생화가 피었고, 작은 나비들이 날았다.
은서는 자주 서은의 머리카락을 땋아주며 말했다.

“넌 나비 같아. 작고, 가벼워서 어디든 날아갈 것 같아.”

서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럼 언니는?”

은서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나는... 너 옆에 있는 바람.”

그때 서은은 아무 말 없이 웃었고,
은서는 그 웃음이 잊히지 않았다.

**

시간은 흘러갔고, 언젠가부터 서은은 예민해졌다.
꿈을 꾸고,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집안 형편 생각은 하냐?”

은서는 그때도 서은을 지켰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겨울날, 서은은 사라졌다.
아무런 예고도, 흔적도 없이.
단 하나 남긴 것 없이.

**

하진이 그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은서는 무너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 애가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말이 있어.”
“무슨 말?”

은서는 입술을 눌렀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언니는 내 색이었어.’ …그 말이 마지막이었어.”

**

은서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잿빛으로 물든 그 선을 따라가듯.
거기에 서은이 남긴 무게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잿빛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남은 것이었다.
그 잿빛으로, 그녀는 여전히 여기에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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