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숲 속을 오래도록 걸었다.
나무들은 마치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허리를 숙인 듯,
부드럽게 휘어진 채 나를 감싸 안았다.
바람이 스치는 순간마다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쳐 속삭였고,
그 속삭임은 오래된 이야기처럼 귀에 감겨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새의 노랫소리가
잔잔한 호수 위에 퍼지는 물결처럼 마음을 흔들었다.
길은 꾸불꾸불했고,
나무뿌리는 땅 위로 솟아올라 조심스러운 걸음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는 천천히, 그리고 기꺼이 그 길을 걸었다.
오래된 나무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잔잔한 금빛으로 흔들리며 땅 위를 수놓았고,
그 빛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론가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걸으며, 느끼며,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어떤 나무는 반쯤 쓰러진 채에도
가지를 뻗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속삭이는 듯 했다.
나는 손을 뻗어 그 거친 껍질을 쓸어보았다.
수십, 수백 번의 계절을 견뎌낸 표면이
거칠면서도 따뜻했다.
나무의 몸을 타고 오르던 작은 이끼들이 손끝에 닿았다.
마치 이 숲에 속한 모든 것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로를 안아주고 있는 듯했다.
발밑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오래된 낙엽들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사라지는 것 같지만,
결국 땅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키울 준비를 하는 것일 테지.
숲의 모든 것이 그렇게 순환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나무와 흙, 바람과 이끼의 냄새가 코 끝에 스몄다.
그리고 다시 발을 내디뎠다.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몰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걸으며 숲과 함께 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