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되 놓아줄 때를 알아라.

by 윤지안


Begin again, but know when to let go.
(다시 시작하되 놓아줄 때를 알아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사실,

끝을 받아들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늘 뭔가를 붙잡고 살아간다.
기억, 사람, 시간,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약속까지.
붙잡고 있으면 그것이 우리를 지켜줄 것 같아서,
놓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서,

끝내 손아귀를 꽉 쥔 채로 버틴다.
그러나 손바닥 안의 것들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무거워지고,
결국 내 손을 상처 내는 가시가 된다.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은 늘 주저한다.
“혹시 다시 돌아올지도 몰라."
“아직 끝난 게 아닐 거야."
스스로에게 이렇게 수없이 말한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단순하다.
떠난 것은 떠났고, 지나간 것은 다시 오지 않는다.
붙잡은 채로는

새로운 것을 맞이할 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다시 시작하라는 말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슬픈 이별을 포함한다.
놓아줄 때를 아는 것,

그 지점에서야 비로소 진짜 시작이 가능하다.
어린 시절, 오래 쓰던 연필의 심이 다 닳아
손가락을 검게 물들일 때까지

쓰고 또 썼던 기억이 있다.
더는 쓸 수 없음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연필을

책상 서랍 안에 조용히 눕혀놓았을 때,
그 빈자리에 새로운 연필을 올려둘 수 있었다.
인생의 많은 순간이 그와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렇다.
마음을 다 주었는데 끝내 닿지 않는 손길이 있다.
함께 걷다 멀어져 버린 길이 있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억지로 불러 세우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멈추어 서서 보내주는 것이다.
놓아주는 일은 패배가 아니라, 온전한 용기다.
그 용기가 있기에 새로운 길이 다시 열리고,

다시 웃을 수 있으며,
다시 사랑할 수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무너지는 듯한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그 자리에 새로운 시작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다시 시작하되, 놓아줄 때를 알아야 한다.>
끝과 시작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맞닿아 있다.
끝을 인정할 때 시작이 태어나고,
시작은 언젠가 끝을 향해 나아가며 우리를 성장시킨다.

인생은 반복되는 이 두 가지의 조용한 춤이다.

붙잡고, 놓고, 다시 시작하는 일.
우리가 슬퍼하면서도 살아낼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 끝자락에 피어나는

미묘한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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