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냥하자 Dec 07. 2021

나는 먹을 갈겠소 #3

가장 친한 동생이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소위 말하는 연극배우에 도전한 것이다. 올해 초 술자리에서 어릴 적 꿈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연기를 무척 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40대자신의 지나버린 시간에 대해 한탄했다. 그러곤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저... 극단에 들어가서 연기하고 있어요




내가 처음 글을 썼을 때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턱대고 글을 적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는 카페에서 몇 시간 동안 이것저것 써나갔다. 지금도 그때 쓴 글을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그 출발점이 결국 출판사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을 오게 한 것이다.


'글과 배우'는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글이 전하지 못하는 감정까지 연기로 보여줄 수 있으니까.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나로서는 그의 선택에 흥분했고 박수를 보냈다. 이상하게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무엇이 그를 그곳까지 발길을 닿게 한 걸까?

 

일의 종류는 딱 두 가지만 존재한다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 극단에 들어가기 전, 얼마나 많은 시간 주저했을까. 시간이 없고 극단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지금 하는 일도 바쁘고 나 같은 사람이 얼어 죽을 연기는... 이런 생각만 했더라면 그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운 발걸음을 내디딘 그가 느꼈을 자신에 대한 의심. 난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첫 공연. 나는 당연히 보러 갔다. 가장 잘 보이는 중앙에 앉아서. 축하해 주었다. 연극 무대에 선 것이 아닌, 주저함과 온갖 핑계를 이겨낸 그를 축하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 눈만 예쁘게 해서 진심 미안하다)



내가 쓴 시나리오에
네가 연기한다면
인생 참 행복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배달을 하지 않으려고 배달한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