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 낮과 밤

유럽 여행기 7

by 윤음


로마를 떠나 피렌체로 차를 타고 3시간가량 이동했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은 보자마자 감탄사가 터져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간단한 시내 투어가 끝나고 두오모 성당을 올랐다. (두오모는 예약해서 입장할 수 있고, 30유로이다. 티켓은 3일간 유효하다.) 헬스장을 다닐 때 천국의 계단이라고 불리는 (그렇지만 나태 지옥 필수 요소처럼 느껴지는 지옥의 계단인) 스텝밀을 유산소 운동으로 하곤 했다. 유럽에 와 운동을 하지 못해서 찌뿌둥했었는데 두오모를 오르니 싹 해결되는 것이다. 대신 이건 말 그대로 '천국'으로의 계단이다. 운동화를 신은 나를 백번 이백번 칭찬하고, '힝~ 끝난 줄 알았지?' 하며 다섯 번 정도 속으며 성찰을 반복하고 나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피렌체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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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오모 성당


좁고 어둑한 계단을 오르다가 빛과 바람만이 존재하는 성당의 꼭대기에 오르면 눈이 초고화질이 된다. 한참 자그마해진 집들의 창문갯수, 산 중턱의 목장과 나무의 모양, 구름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보이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개안할 수 있다. 옹기종기 빼곡한 붉은 지붕들, 지붕들 뒤로 보이는 푸른 나무와 산의 그림자, 능선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는 그라데이션의 하늘과 구름까지. 무엇하나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이 눈에 들어와 넘친다. 사진 역시 잘 나온다. 선글라스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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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오모 성당을 오르면 볼 수 있는 풍경


두오모를 오르고 나니 쉬어야 했다. 당장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카페로 달려가 벌컥였다. 목을 축이고 자리에 앉으니 운동을 끝낸 듯 개운하고 멍해졌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골목과 가게들을 구경했다. 골목의 소음까지도 노랫소리 같을 수 있었던 이유는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덕분이었다.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 스치듯 들어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나에겐 편안함이었다. 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버스킹으로 오페라를 부르는 사람을 피렌체에서 처음 봤는데, 그 넓은 거리를 목소리 하나로 울리는 신비로움이란. 이런 이국적인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반가운 감탄사를 내뱉고 싶어 진다. 적당한 단어가 없다는 게 아쉬운데 이탈리아니까 맘마미아! 정도로 해두자.


저녁쯤, 이 아름다운 도시에 일몰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인솔자님이 추천해주신 장소는 미켈란젤로 언덕이었다.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 해가 지고나서야 도착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런 아쉬움은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졌다. 풍경을 보자마자 나는 라푼젤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동화나 이야기의 배경이 유럽의 도시나 풍경을 모티브로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구나. 이야기는 사실감을 주기 위해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묘사된다. 이토록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것들을 보면, 정말 있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 앞에서 사건과 사람들이란 있다가 사라지고, 스치듯 지나가며, 머무르고 흔적을 남기니 아름답다. 사람은 과거의 기억을 편집 및 재구성하며 미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풍경은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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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언덕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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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맥주 안 마실 수 없다






피렌체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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