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와 나이 든 나에게
좋아하는 일을 행하는 것을 기꺼이 실행의 마음이 피어오를 때 하고 싶은 호기로 글쓰기를 미루어 왔으니, 단연 잘 될 리 없다. 좋아하는 것도 꾸준히 해야만 결과를 안을 수 있음에 꾸준함의 위대함을 다시 칭송코자 한다. 일필휘지의 날을 기다리면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미루는 것. 나의 구멍이며 암홀이다. 최선의 내가 되고자 함은 일상에 잔잔히 스며 하루하루 뜨고 지는 태양에 눈사람처럼 녹아버린다. 과연 결핍과 불안은 삶의 동력인가.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에 기대어 자꾸만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머무르고 쉬고만 싶다.
어찌하여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통합되지 않는가. 사실 방법은 알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차근차근 단계를 설정하여 나아가는 것. 하지만, 자꾸만 쉬이 좌절되고 잊어버리는 탓에 미래에 대한 발걸음이란 어느샌가 멀어져 있는 것이다.
오늘은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의 나를 떠올려보는 작업을 했는데, 과연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른가. 미래의 나는 또 얼마나 내가 알지 못하는 내가 되어있을까. 하지만, 그 모습 모두가 나를 그리고 있다는 것과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아서 그 모든 시간의 내가 새삼스럽다. 그때는 지금의 내 모습을 생각지 못했다. 물론 영 탐탁지 않은 부분도 있었나, 대체로는 마음에 든다. 생각을 이어가다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보다 어렸던 나에게 떳떳하기 위한 어른이 될 것. 보다 젊은 현재의 나에게 빛나는 시간들을 선사해 줄 것. 가장 최선의 나를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겠구나.
누군가를 만나 나를 소개하는 것 보다도 어린 나와 나이 든 나에게 좋은 모습들을 남겨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여전히 미숙한 답 같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어릴 적의 나는 대체로 불안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타인으로부터 인식되는 자아가 컸던 것 같다. 하지만, 넘쳐나는 에너지로 무엇이든 되겠지 하고 열심히 노 저었다. 그 또한 나다. 현재의 나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나아갈 수 있다는 감각을 갖게 되었다. 이전보다는 스스로의 자아를 갈망하고 찾고자 한다. 미래의 나도 불안할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이 불행한 것은 아님을 안다. 그러면서 오롯이 나의 배의 중심과 기둥을 잡고 계속해 나아갈 수 있음을 안다. 그렇게 열심히 노 저어 닿을 곳이 어디인지는 아직 모른다. 사실 어디에 닿지 않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삶임을 알게 되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그러모은 보물이다.
그러기 위한 글쓰기 아니겠는가. 잘 쓰고 못쓰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 보다 나은 자신이 되고자 쓴다. 그 일에 온갖 핑계들이 자석처럼 붙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