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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남 Nov 06. 2022

Ep8. 현지인 친구가 보여준 에펠탑, 파리의 저녁

드디어 만난 나의 오랜 펜팔

한국에 돌아온 지 3개월이 넘었다. 이제 다시 일상에 완전히 익숙해져 아무 느낌 없이 하루를 보내는 나에게 회의감이 들 때쯤, 결국 파리 가는 비행기 티켓을 지르고 말았다. 일종의 동기부여랄까. 일을 하다가도 공부를 하다가 흥미를 잃고 또 방황할 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절망의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 프랑스를 생각하며 기분전환을 한다. 그럼 다시 행복의 호르몬이 나에게 희망의 에너지를 주니까!


2월 21일 Day 2


나의 오랜 펜팔 친구를 실제로 만난다면


파리 첫날 만난 펜팔 친구 외에도 나는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낸 프랑스 친구들이 몇 명 더 있었다. 그중 한 명은 1년 동안 많은 교류를 했던 A라는 친구이다.


*** 짧은 소개 : 프랑스 나이 23살, 남사친


A는 내가 프랑스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 A와는 한국에서 영상통화도 많이 했지만 우리가 프랑스에서 직접 만날 거라는 상상은 그저 먼 이야기였다. 영상통화를 할 땐 정말 멀리 있는 친구였는데 서로가 같은 지역에 있다는 것 자체로 얼떨떨할 뿐이다. 시간이 빨리 흘렀음을 실감했다.


A는 학교가 끝난 후 내가 사는 동네 근처로 오기로 했다. 나는 파리 이튿날까지도 대중교통을 타지 못하는 나의 웃픈 사정을 친구에게 말했더니 자기가 카드 발급부터 타는 것까지 다 도와주겠다고 했다. 큰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든든할 수가.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낮잠을 푹 자고 난 후 가벼운 마음과 약간의 설렘으로 화장을 하고 다시 집을 나섰다. 문 앞에서 인기척을 들은 룸메이트 언니가 어디 데이트 나가냐며 남자와의 데이트는 아닌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남자긴 해 근데 그냥 친구야 ㅋㅋㅋㅋ”


언니는 파리에서의 로맨스를 생각한 것 같다. 물론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의 로맨스도 매우 설레는 일이겠지만 오랫동안 인터넷으로만 정든 친구를 실제로 본다는 일도 얼마나 두근거리던지!


약속시간이 된 후 나는 약속 장소에서 A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 횡단보도 앞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나와 A는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너무 반가워서 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빨리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신호가 바뀌자마자 우리는 서로 뛰더니 횡단보도 중간에서 방방 포옹을 했다. 10년 지기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 마냥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너무나 반가웠던 인사에 비해 레스토랑까지 걸어갈 때에는 약간의 어색함도 있었다. 서로 어색하지 않아 보이려 최대한 노력했지만 어색한 말투와 표정이 다 감추어지진 못했다.


우리는 A가 추천해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처음 경험하는 프랑스 식당이었다. 혼자였다면 레스토랑에 가는 일도 나에겐 미셨이었을 것이다. A가 평범하게 주문하는 그 모습조차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지다니. 파리 이틀 차는 아직 낯선 곳 그 자체였다. 물론 나도 불어를 할 줄 알았지만 A와 종업원이 얘기할 땐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A는 그동안 나를 배려해 <외국인 맞춤형> 불어를 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기분이 묘했다. 난 세상 밖으로 나와 하나하나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드디어 지하철을 타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에펠탑을 보러 가기 위해, 그리고 나의 지하철 카드를 만들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우리나라는 교통카드 하나로 전국 어디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프랑스는 지역마다 쓰는 카드가 다르다. 파리에서는 <나비고>라는 카드를 쓴다. 하루 또는 일주일, 한 달 치 무제한권을 결제해 사용할 수 있는 교통전용 카드이다.


한국에도 이 시스템이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으로서 대중교통을 거의 매일 이용하는데 매번 탈 때마다 비용이 나가는 건 너무 부담스럽다.


+내가 리옹에 있었을 땐 "한 달 무제한 교통비"가 만 25세 미만 학생 기준 약 3~4만 원이었다. (한국에서 한 달 교통비 10만 원인 거 생각하면 무제한 교통권은 생활비 절약의 단비 같은 존재이다.)


한국과 달라 신기했던 건 이 카드를 만들기 위해 증명사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땐 난 사진이 없어서 A가 역무원에게 잘 설명해주어서 해결되긴 했지만.


+ 직원은 나중에 직접 카드에 사진을 붙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걸 잊고 며칠을 지하철을 이용하다 경찰인지 역무원에게 걸리고 말았다. 나는 당황해서 어버버 했는데 그 사람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점이 영 귀찮은 모양인지 그냥 가라고 했다.


파리의 지하철


말로만 듣던 악명 높은 파리 지하철. 그때 당시 한 번도 타본 적은 없었지만


너무 더럽다. 냄새난다. 오줌 냄새 같은?


무섭다. 범죄의 중심지다 등


한국에서부터 여러 미디어를 통해 소문을 익히 들었다. 한편으론 전에 본 프랑스 고전 영화 <퐁네프 다리의 연인들>을 너무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영화 속 좁은 지하철 통로와 오래된 지하철의 모습은 예술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 첫 느낌은 생각보다 더럽지 않네? 였다. 그리고 꼬불꼬불 영화 속으로만 보던 그 통로와 낡은 지하철은 변함이 없었다. 중간중간 통로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는 파리 지하철 특유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한몫했다. <퐁네프 다리의 연인들>는 1990년대 영화이지만 실제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 시간 여행을 하는 듯했다. 파리가 왜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지 알 수 있었다.  

+ 파리에서 지하철을 많이 타면서 추가적으로 느낀 건 역마다 지하철 분위기가 너무 달랐고, 특히 잘 사는 동네 지하철은 깨끗하고 세련된 반면 중심가에서 멀어질수록 악명 높은 파리 지하철의 그 모습이 드러나는 듯했다. 그래서 파리 지하철은 이렇다 하기가 어렵다.


현지인과 함께 간 에펠탑

 

프랑스로 떠나기 전 나는 프랑스로 가는 상상을 자주 했다. 그중에서도 에펠탑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면 상상만으로도 황홀해 눈물이 고였다. 왜지? 단순히 아름다워서? 그건 아니다.

에펠탑은 뭐랄까, 파리의 상징인 만큼 내 꿈 실현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나는 프랑스로 가기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까. 그 노력의 시간들을 보상받는 느낌일 것이다.


그날이 오늘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친구와 함께 하니 더욱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에펠탑 근처 역에서 내려 A와 나는 에펠탑 쪽으로 소화시킬 겸 천천히 걸어갔다.

저녁 8시, 약간 차지만 적당한 온도의 공기, 봄바람. 마음이 일렁였다. 에펠탑 근처로 다다르니 많은 호객꾼들이 거리에서 각자만의 방법으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여행 유튜브에서 볼 때는 눈살이 찌푸려지고 경관을 망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말 에펠탑을 온 것이 실감이 났고 장미를 든 아저씨가 자꾸 영업할 때마다 A와 나는 <non merci 사양할게요>를 외치며 다녔는데 뭔가 그것도 재밌었다. 상상과 다르게 분위기는 낭만적이라기보다 관광지의 활기가 더 느껴졌다.


드디어 에펠탑 앞. 에펠탑이 벚꽃들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생각보다 거대했고 하늘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 웅장하게 느껴졌다. 파리의 밤은 반짝이는 에펠탑처럼 화려했다. 상상대로 아름다웠다. 너무나. 그 빛들은 내 마음속을 꽉 채우다 못해 흘러넘쳤다. 엔도르핀이 폭발했다.

A 나는 에펠탑  다리를 함께 걸으며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으며 파리의 밤을 잔뜩 즐겼다. 나중에 동영상을 보니 사진 뚝딱이인 나는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너무나 행복하게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파리  번째 , 나는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이 설레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더 의미 있게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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