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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남 Oct 22. 2022

Ep7. 파리에서의 일상 여행

굿모닝 파리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쓴다. 한국에 와서 난 알바에 학업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과거를 다시 돌아보는 건 사치로 느껴졌다. 그래도 종종 헤어진 연인 생각이 나듯 문득 앨범을 다시 보거나 인스타 스토리를 다시 보면서 추억 회상은 하지만 말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나에게 그 당시의 감정과 사건을 더 생생하게 느껴지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 쓰기가 힘들어진다. 글을 쓰는 동안은 음악에 온몸을 맡기며 피아노를 치는 사람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그날의 나의 흠뻑 빠져 글을 쓰기 때문이다. 이쯤 말 많은 나의 수다는 잠시 접어두고 이어서 프랑스 파리에서의 여행 이야기를 이어나가야겠다.


굿모닝 파리


파리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아침. 시차 때문인지 내가 프랑스에 있다는 것만으로 계속 두근거린 건지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커튼 사이로 본 밖은 날은 아직 어두웠다.

아침 7시, 다시 잠이 든 난 앰뷸런스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어제의 여파인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방 문을 여니 검은 고양이가 들어와 내 다리에 검은 털들을 부비적 거리며 인사를 했다. 호텔이었다면 쓸쓸하게 아침을 맞이했겠지. 고양이 덕에 아침이 상쾌해졌다. 고양이 밥을 주러 삐그덕 거리는 복도를 지나 부엌에 갔다. 눈치 빠른 고양이 두 마리가 잽싸게 부엌으로 뛰어오더니 내 주변을 맴돌았다. 아직 2월 온돌 없는 집 안에선 살짝 찬 공기가 느껴졌지만 고양이 두 마리가 나란히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몸이 사르르 녹았다.

프랑스 빵은 한국과 차원이 다르다며?

 

얼마나 맛있길래. 한국 빵도 늘 맛있게 먹던 나에겐 프랑스 빵에 대한 극찬이 가보기 전까지 풀릴 수 없는 궁금증이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의 소박한 로망은 아침에 프랑스 빵과 커피를 마시는 것이었다.

빵을 사러 떠난 아침 길. 모두들 출근을 하느라 정신없는 파리지앵들이 보였다. 훤칠한 키에 센스 있게 슈트를 입은 한 남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부드럽고 짙은 우디향이 바람결에 날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우아하고 섹시했다. 프랑스 패션 잡지에 나올 것 같은 남자였다. 내가 있는 곳은 8구, 명품거리라 불리는 샹젤리제와 가까운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 구경도 하면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넌 뒤 도착한 불랑제리(boulangerie). 프랑스에는 빵집에는 우리나라처럼 빵 종류가 한국처럼 다양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는 빵집마다 빵 종류가 다양하다면 프랑스 빵집은 사람들 먹는 빵 종류가 거기서 거기인 건지 이름조차 안 쓰여있는 빵도 있었다. 다행히 나는 프랑스에 가기 전 프랑스 브이로그나 프랑스 빵 먹방을 많이 본 터라 웬만한 건 알고 있었다. Pain aux raisins(건포도가 박힌 빵) , pain au chocolat (초코빵), croissant(크루아상) 등등.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빵 중에서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먹은 첫 빵은 Pain aux raisins (건포도빵). 아무도 집 거실, 아침 햇살, 테라스를 바라보며 먹는 빵과 따뜻한 차 한잔 그리고 바나나는 파리지앵에겐 일상이겠지만 나에겐 행복한 동화 같았다.

나른한 아침을 보낸  슬슬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글쎄.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는  목적이었다.

끼익 큰 대문을 열고 나온 파리의 날씨는 맑고 화장했다. 쌀쌀하면서도 상쾌한 겨울 공기, 하지만 러닝을 뛰는 사람 중에는 반팔과 반바지를 입는 사람도 몇 있었다. 아무렴 어때. 5개월의 생활 끝에 느낀 프랑스는 내가 입고 싶은 옷 눈치 없이 입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었다.


우연히 마주친 개선문

나는 개선문이 샹젤리제 거리에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샹젤리제를 따라 걷던 중 만난 익숙한 풍경.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마주한 터라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개.. 개선문 아닌가? 사진으로만 보던 개선문이 너무나 장엄하게 내 눈앞에 떡하니 있으니 내가 아는 그 개선문 맞는지 지도를 확인하고야 깨닫게 되었다. 웅장한 그 모습만큼 울림도 컸다. 무려 나폴레옹 시절 역사적인 건축물을 산책하다가 마주치다니. 소름이 돋은 상태로 나는 계속 걸었다. 어디까지 걷는지도 모르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채로 쭉 그냥 계속.


변덕쟁이 파리 날씨

걷다 보니 에펠탑이 보였다. 그리고 내 앞엔 이름 모르는 다리가 있었고 그 다리를 따라 걷는데 날씨가 점점 흐리고 어두워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이 왔는데 조금 당황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 사람들 분위기에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무슨 하늘이 마법을 부린 것 마냥 다시 날이 맑게 개였다. 알 수 없는 파리 날씨..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컨디션이 안 좋아져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가니 새로운 게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Oh hi! Nice to meet you!!


우리는 어색하지만 혼자 여행 온 사람이기에 너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33살 언니였다. (사실 친구처럼 지냈기에 나이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그 언니는 홀로 유럽 여행을 왔다고 했고 약 5일간 이곳에 머무를 예정이라고 했다. 성격이 너무 밝고 활기찼고 나까지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지닌 언니였다.

어떤 인연을 맺을지 예상하지 못한 채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다.


오후 2시 사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 나는 잠깐의 산책으로 생긴 피로를 풀기 위해 침대에 푹 누워 낮잠을 잤다. 세상 걱정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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