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맘카페가 들끓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16개월 정인이의 죽음이 늦은 밤 엄마들을 잠 못 들게 한 거다. 방송을 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건만 기사 몇 개, 댓글 몇 개, 사진 몇 장만으로 나도 잠 못 드는 엄마가 되었다.
이런 감정이 처음은 아니었다. 나영이 때도, 캐리어에 갇혀 하늘나라로 간 9살 아이 때도 이런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나는 단톡방에 기사를 올려서 욕했다. 악마라고, 똑같이 해줘야 한다고, 죽일 놈이라고. 그리고 걱정을 했다. 나와 내 가족들에게 그런 불행이 닥칠까봐. 욕과 걱정. 내가 해왔던 건 그 2가지였던 것 같다.
맘카페 글들도 그랬다. 아이 가진 엄마들의 격한 분노가 활자를 타고 전해졌다. 근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격한 분노만큼 강한 의지가 함께 흘렀다. 어떤 이들은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자며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 올렸다. 어떤 이들은 관련 청원글 링크를 걸었다. 또 누군가는 진정서를 올리는 방법을 적었고, 누군가는 거기에 전자 진정서를 쓸 수도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다른 정인이가 나오지 않게 다들 뭔가를 하고 있었다.
욕하는 건 너무 쉽다. 죽일 놈이라고, 악마라고... 하지만 힘이 없다. 뒤에서 욕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그 힘을 진짜 변화를 위해 써보고 싶었다.
1.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존경한다.
정인이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신고했던 용기는 아이에 대한 사랑과 선생님으로서의 사명감에서 나왔을 거다. 두 아이를 키우며 그 사명감은 학부모의 한마디가 무너뜨릴 수도, 쌓아올릴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아이들을 살펴주시는 모든 분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려 노력하겠다.
2. 경찰분들의 노고와 역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거듭된 신고를 외면한 양천경찰서가 분노의 화살을
맞고 있다. 왜 그랬을까. 규정이 그랬던 걸까. 성과가 되지 않는 일이었을까. 모르겠다. 그저 한 가지, 양천서에 정인이를 진심으로 위하는 이가 없었다는 건 알겠다. 영화 속 부패하고 무기력한 경찰마냥 지금 많은 이들의 시선이 그렇다.
하지만 분명 아닌 이들도 있고, 그들은 또다른 정인이를 구할 수 있다. 그들이 제복을 입고 있는동안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면 응원과 믿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늘 수고하시네요.”, “아저씨 이모 감사합니다!” 같은.
3.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안된다고 거듭 가르친다.
지난 달 두 돌을 갓 넘긴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와선 계속 툴툴 댔다. 친구가 자기를 때렸다고 했다. 내가 그랬다. 그럴 땐 너도 때리라고.
지난 주엔 둘째가 2층에서 아래로 두루마리 휴지를 던졌다. 그 장면을 발견한 나는 달려가 아이의 엉덩이를 때렸다. 태어나 처음 맞아본 아이는 울음이 터졌다. 죄책감을 느낀 나는 속으로 그랬다.
“맞을 만했어 너.”
맞을 만 했다니. 불현듯 떠오른 기억에 부끄러워진다. 이제껏 그 명목 하에 벌어진 비극이 한 둘 일까. 동급생을 폭행한 이도 아내를 때려 초주검을 만든 이도 때린이들은 하나 같이 그랬다. 맞을 만 해서 맞은 거라고.
일단 둘째에게 맴매해서 미안하다고 해야겠다. 세상에 맞을 만한 일 같은 건 없는거라고.
4. 선한 오지랖에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청원하면 나라에서 대답해주는 시대다. 미안해 챌린지든, 청원이든, 진정서든 방법은 많다.
https://m.blog.naver.com/roheefly/222194276815
새해 목표에 정인이를 위한 네 칸이 들어섰다.
아이가 하늘나라에서 이모들의 마음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