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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만세 Apr 23. 2022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

바르셀로나의 오키나와

제가 오키나와에 간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추라우미 수족관’이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바르셀로나의 <Please Don’t Go>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이 수족관의 영상 때문이었죠. 오키나와를 거쳐야만 갈 수 있는 작은 섬인 요론섬까지 찾아가면서도 오키나와는 거칠 뿐, 둘러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이 영상을 본 순간 오키나와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 거예요.



선배의 웹사이트에서 우연히 이 영상을 봤어요. 5초쯤 깜깜하게 꺼져있던 화면이 빰- 하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물속 풍경으로 채워지는데. 느긋하게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상어를 본 순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의 진짜 모습을 본 것만 같았습니다. 눈을 떼지 못하고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몰라요.


아마 바르셀로나의 음악이 크게 한몫했을 거예요. 음악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이런 느낌은 아니었을 텐데. 거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기분이었다니까요. 느릿하게 움직이는 꼬리, 펄럭이는 지느러미, 각자의 방식으로 유영하는 물고기들··· 물속에서는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같았어요. 지금까지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  적이 없으니 물고기들이 이렇게 날아다니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죠. 문득 ', 자기 세계에서는 다들 날아다니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아있다는 것이, 살아서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지경이었습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지 않고, 그저  순간 속에 머물고 싶다 했던  오코넬의 기분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그 감격을 담아  엽서도 만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오키나와에 갈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요? 이 영상 하나로 만쥬 님을 꼬시고, 함께 야근 중이던 회사 동료까지 섭외 성공! 고맙게도 동료가 뚜벅이인 저와 만쥬 님의 기사 역할을 해주기로 했죠.

수족관에 가기 전에 우리는 오키나와의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작은 물고기들을 봤습니다. 코끼리 모양 바위에서 엄청난 바람을 맞으며 해가 지는 것도 봤고요. 그리고 마침내 수족관에 도착했는데··· 맙소사. 이어폰을 안 챙겨 왔지 뭐예요. 이것 때문에 왔는데 이어폰을 안 가져오다니. 몇 시간이고 바닷속에서 바르셀로나의 음악을 듣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동료에게 이어폰을 빌려 <Please Don’t Go>를 딱 한 번 재생했습니다. 언젠가 이어폰을 가지고 다시 올 것을 결심하면서요.




물론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저는 만쥬 님과 함께 진짜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돼요. 인공적으로 만든 수족관을 보고도 이 정도였으니 진짜 바닷속을 본다면, 새로운 세계를 진짜로 만난다면 어떻겠어요. 이제 보니 이 영상은 저를 오키나와로 데려간 것 말고도 몇 가지 꿈을 갖게 했네요. 내가 속한 세계에서 나도 날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고, 물고기들과 같이 날아보고 싶은 마음에 스쿠버 자격증까지 땄으니까요.


제가 만난 진짜 바닷속은 이렇더라고요..!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그 세계로 들어가 보는 것. 그 둘이 전혀 다른 종류의 얘기라는 걸 이제는 알아요. 아무래도 저는 직접 뛰어들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 경험에 대해서도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오겠죠? 그때까지 우리도 이 세계에서 훨훨 날아요.





흠, 이거 흥미로운데?라고 느낄 법한 콘텐츠를 격주로 전달하는 흠터레터의 <완전진짜너무진심> 코너를 브런치에도 옮깁니다. 흠터레터를 구독하시면 다른 꼭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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