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모든 중점은 오리지널이 되는 것이었다
지난번 <Radio Ga Ga>의 가사를 소개할 때부터 이번에는 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퀸’이라는 밴드에게 매우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이디 가가가 퀸의 라디오 가가에서 이름을 따온 것처럼 저는 퀸의 <Made in heaven>을 듣고 made in heart를 떠올렸거든요.
made in heart가 뭔지 설명하기 위해 졸업 전시를 앞두고 있던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저는 사람의 마음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때부터 진심 찾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졸업작품으로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짤막한 글과 함께 이미지를 담은 책을 구상했고, 사전의 형식을 빌리되 단어에 대한 사전적 의미 대신 저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쓰기로 했죠. 제대로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여기저기 끄적여놓은 메모를 모으고 찍어놓은 사진과 그려놓은 그림을 아무런 기준도 없이 조합하면서도, 솔직히 즐거웠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에만 몰입해서 마음대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반 이상 작업이 완성된 시점까지도 적당한 제목만큼은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지하철 안에서 퀸의 노래를 듣게 됐어요. 지하철은 홍대입구역을 향해 가고 있었고 저는 내리기 위해 문 앞에 기대 서 있었죠. 그때 제가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었는지, 듣고 있던 것이 라디오였는지 MP3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여하튼 그때 졸업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제 머릿속에 Made in heaven을 반복해서 외치는 프레디 머큐리의 힘찬 목소리가 제대로 꽂힌 거예요. 번쩍-하고 이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made in heart.
이거다! 제가 찾던 완벽한 제목이라 무릎을 탁 치고 홍대입구역 계단을 신나게 뛰어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어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 허우적대던 시절이었어요. 메이드 인 하트. 저는 이 책을 사람에 대한 시각적인 사전이라 정의했고, 그것이 저의 졸업 전시였습니다.
몇 년 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하면서 우리나라에 퀸 열풍이 불었잖아요. 저 역시 너무 신나서 영화를 보러 극장에 두 번이나 갔었습니다. 아니, 공연을 보러 갔다는 말이 더 맞겠어요. 영화 마지막 20분간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고스란히 재현되니까요.
말해 뭐 하나요. 프레디 머큐리는 완전진짜너무 최고의 퍼포머예요.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한다는 게 무엇인지 끝장나게 보여줍니다. 라이브 에이드가 퀸 단독 공연이라고 해도 다들 믿을걸요? 관객들을 지루하게 해선 안 된다며 모두가 알 법한 곡으로만 셋 리스트를 짜는 장면이 영화에 나오는데요. 실제로도 주어진 20분 동안 가능한 많은 히트곡을 공연하는 것이 퀸의 목표였다고 해요. 아니, 이 정도면 진짜 경험 설계 디자이너 아니냐고요. 퀸을 보러 온 것도 아닌 수만 관중이 하나가 되어 물결을 만드는 모습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소름 돋는 장관입니다.
퀸은 모든 멤버가 곡을 잘 만들어요. 밴드 단위로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오른 최초이자 유일한 팀이기도 하죠. <Radio Ga Ga>는 드러머인 로저 테일러가 만들었고, <We Will Rock You>는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데이빗 보위와 함께한 <Under Pressure>의 그 유명한 베이스 리프는 베이시스트 존 디콘의 작품이에요. 영화 속에서 다른 멤버들이 로저 테일러의 곡 <I’m in Love With My Car>의 가사를 비웃으며 논쟁을 벌이다 치고 박고 싸우기도 하는데요. 저 역시 제목만 보고 대체 얼마나 유치한 곡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가 넋을 놓고 듣고는··· ‘퀸은 드러머가 이 정도로 노래하는 팀이구나’하고 깨달았을 뿐입니다.
이 밴드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지만 경계를 넘나들면서 가감 없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가. 제가 그리는 이상적인 팀이 밴드와 같은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제가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The whole point of Queen was to be original.
- Freddie Mercury
“퀸의 모든 중점은 오리지널이 되는 것이었다”고 프레디는 말했어요. 퀸은 다른 무엇도 아닌 진정한 퀸이 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외부의 시선보다는 자신들의 음악에 집중하는 것, 그러고 보니 이건 전설로 남은 모든 뮤지션의 공통점인 듯해요. 사람들은 또 기가 막히게 그런 이들을 알아보는 법이죠.
저는 지금도 퀸의 음악을 들으면 지하철에서 made in heart를 떠올린 그 순간이 생각납니다. 이 단어가 이렇게까지 나 자신을 관통하는 주제가 될 줄, 그 무렵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지만. 덕분에 인생의 중요한 키워드를 일찌감치 건져 올린 것 같아요. 이제는 다른 무엇이 아닌 ‘좀 더 완성도 높은 나 자신’이 되고 싶다,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나 자신이 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거, 어쩐지 조금 멋지지 않나요?
흠, 이거 흥미로운데?라고 느낄 법한 콘텐츠를 격주로 전달하는 흠터레터의 <완전진짜너무진심> 코너를 브런치에도 옮깁니다. 흠터레터를 구독하시면 다른 꼭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