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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발랄영아 Jan 11. 2024

알다가도 모를 나

아이러니~~

내 삶은 늘 합격, 성공이라는 끝맺음을  하지 못했다. 늘 아쉬움이 남고, '열심히 했다 되었다' 했지만 노력이 부족했고, 열정적이지 못했다. 나는 끝맺지 못한 후회에 아파하고 자책지만 대단한 회복탄력성으로 금방 극복하곤 했다.


텝스 점수에 무너진  대학편입, 노량진씩이나 가서 공부했지만 결국 포기한 임용시험, 품고 있던 꿈이었던 방송작가 생활도 아카데미 6개월, 막내작가 2년으로 끝을 맺었다. 물에 대한 무서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발차기와 자유형만 반복, 눈에 반해 구입한 늘색 기타 코드만 짚어보다 창고에 고이 모셔져 있다. 나의 아이의 옷은 내 손으로 만들리라는 의 구  재봉틀 문화센터에서 배운 기술은 써 보지도 못하고 기타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 어린이테마파크, 프로덕션, 어린이집, 학교 등 아르바이트, 직업으로 다양한 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속하지 못하고 끝낸 일들이다. 나의 이력서에 적힌 다양한 경험에 대해 어떤 누군가는 "전공 학과를 나온 게 맞느냐?"라고 물었다.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데 관련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또 어떤 누군가는  "나는 그런 도전을 해 보지 못했는데 대단하다"라고 해주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봐주는 사람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까? 다를 수 있었을까? 묻곤 하지만 답은 '아니~'이다.


끈질기지 못한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아이러니하게도 등산과 마라톤이었다. 마냥 걷고, 뛰는 것이 좋았고 걸을수록, 뛸수록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지리산 등반은 늘 떠올릴 때마다 벅차오름을 느낀다.  산을 오를수록 몸은 가벼워졌고, 정상을 찍고 사뿐사뿐 뛰어 내려왔다. 광안리에서 해운대까지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 한 뒤  이기대 산책로를 2시간 걸었다. 산과  길은 끝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즐거움인지도 모른다. 더 더 높이, 더 더 멀리 가려면 갈 수 있지만 내가 정한 끝에만 도달하면 되는 것이다.


마흔 인 지금도 오래오래 하기와 새로운 즐거움을 계속해 오고 있다. 마흔 살 5월의 둘째 날, 3년째 하고 있는 운동을 하고 와서 이것저것 또 사부작 거려본다. 또 끝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정한 끝에 도달하면 된다. 그거면 된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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