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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그림 Sep 16. 2021

시간을 보내는 두 가지 방식

너는 지금 어떻게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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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의 방에 있다. 혼자다. 의자에 기댔거나 책상에 배를 붙여 당겨 앉았거나 혹은 매트를 깔아놓고 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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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호흡하고 있다. 너의 폐, 장, 위, 심장, 너의 기관들이 팽창하고 수축한다.

너의 눈은 뜨여있거나 감겨있다. 어느 쪽이든 너는 앞을 보고 있지 않다. 대신 너는 겹겹의 무언가, 번지고 뒤섞여있는 것들을 바라본다. 지난 시간의 잔여물을 응시한다. 거북스러워,  너의 숨은 거칠어진다. 잔잔해질 때까지 너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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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기서 시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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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너는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 흡사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용돌이처럼, 너는 네 안에서 잠잠하게 돌고 있다. 너는 너에게 묻는다.


—나는 어디에 있지? - 여기는 나의 방. 오늘은 9월 16일 목요일.

—나는 어떤 상태이지? 이 시간에 어떻게 임하고 있지?


호흡은 점차 자연스러운 리듬을 찾아간다. 얼마  너는 일어난다. 안무처럼,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일을 한다. 서서히, 너는 태풍처럼 나선의 팔로 시간을 감아 안으며 하루를 통과한다. 중심은 고요하고, 바람을, 만남을, 마주침을 너는 받아들인다.  


예측된 경로를 따라 하루를 북상한다. 나는 다음 지점에서 너를 기다린다. 어느 밤 약속된 곳 근방에서 우리는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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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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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너는 베갯잇 모양대로 주름진 얼굴로 일어난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어슬렁 어슬렁,

너는 냉장고를 열고 말을 걸고 씻고 나가고 부딪히고 웃고 이동한다, 모르는 새 잠들었다가 내린다 너는 걷는다 일한다 말한다.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네 머리에 울린다. 크크-웃는다. 안긴다. 밀쳐진다.


시간과 공간은 너를 지나친다.

관성적으로, 힘 들이지 않고 너는 움직이고 있다. 외부의 색이 섞여들어와 넌 황토빛, 먹빛이 되고, 네 마음이라 부를 만한 무언가가 어딘가에서 잘랑거린다.  


하루는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된다. 어느새 넌 물주머니, 모래주머니, 꽃이나 씨앗이 담긴 보자기를 허리춤에 달고 있다. 꽃을 달았구나, 나는 네게 말을 거는데 너는 나도, 꽃도 명료하게 알아보지 못한다. 너는 이들 퇴적물에, 부드러운 쿠션에 싸여있다. 한겹 더해질수록 넌 둔탁해진다.


유혹과 자극, 누구의 말, 누구의 마음, 오늘의 할 일, 오늘의 약속이 다 뒤섞이고 버무려진다. 무엇이 너의 것이고 무엇이 보고 들은 것인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거부하고 싶은지 직감은 하는데 모호하다.

복슬복슬하게 달라붙는 대로, 너는 비정형적으로 몸집을 키워 나간다. 미끄러지듯 사는 것도 너는 그런대로 즐긴다.


우리의 약속은 기약이 없어 나는 어딘가에서 서성인다. 너는 가끔 나에게 꽃다발같은 편지를 보내고 그 문장들 사이에서 너의 궤적과 안녕을 가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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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두 가지 움직임이 있다.

시간을 보내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바람을 읽는 자, 바람을 느끼는 자, 바람을 타는 자, 바람대로 흘러가는 자, 너는 지금 어떻게 움직이는가?


시간의 이편에서 나는 한 송이 흰 꽃을 들고, 다가올 너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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