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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그림 Nov 03. 2021

오븐에서


   "탔다"

   탔다고 한다.

   "타버렸어"


   찌르는 듯한 뾰족한 냄새가 난다. 문을 열자 한 줄기 향이 코에서 이마까지 핑글- 돌아서 순간 머리가 메케하고 쓰리다. 카운터에 올려놓은 트레이에는 검고 딱딱하게 부풀어 오른 것이 있다. 칼로 표면을 긁어본다. 갹갹 소리를 내며 검은 가루가 되어 부서진다.



   "탔네, 탔어."


   글쎄, 과자처럼 딱딱하고 와각거리는 표면을 좋아하는데 말이지.

   먹어본다.

   냐-냐- 혓바닥을 내두르게 하는 연기같고 간지러운 맛이다. 조각을 뱉는다. 침에 엉긴 가루들이 냅킨 위로 뭉친다.


   왜 탔을까.




   빵을  조각 자른다. 접시 위에 올려 놓는다. 암석 같은 겉과 찐득거리는 .  먹는다. 반죽과  사이 어딘가인데 달콤하다. 바나나 향이 난다.

   곧, 접시에는 액자처럼 테두리만 남아 있다.



   오트 가루가 없어서 위트 가루를 썼는데 말이지.

   “위트에는 글루틴이 있어서 반죽이 부풀게 됩니다.”

   오븐 설정이 다섯 개나 있어서 아무거나 켰는데 말이지.

   "불 그림이 있으면 그릴 모드 입니다."



   글쎄, 빵은 공기를 먹고 한껏 부풀었다. 단면에는 삼각형 모양으로 구멍이 나서, 이 큰 덩어리가 반은 비어있다.


   창틀같은 빵은 일단 냉장고에 넣어 둔다.





photo: sandy suf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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