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초대할까?
진은 문득 자신이 안에 있음을 발견했다. 울퉁불퉁하게 오린 듯 일그러진 원, 그것이 자신을 품고 있는 막이었고, 그 안에 옥구슬 같은 흔적으로서 자신이 있는 것이었다. 막은 종이처럼 부들부들하고 희었다. 물을 먹여 부드러워진 나무 살, 그 섬유질을 가닥가닥 떼어내 베를 짜듯 엮어서 지금 이 작은 공간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즈음에 진은 잉크자국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이 광활하고 포근한 공간 안에서 자유롭다고 느꼈다.
진은 영우를 떠올렸다. 영우를 이 곳에 초대하고 싶었다. 막의 문을 살며시 열어서 '영우야 들어와' 하고는 영우가 자신의 얼굴을, 머리를, 엉덩이와 발꿈치를 차례로 들여올 수 있게 기다려 주는 것이었다. 영우는 그 안을 두리번거릴 것이고, 한숨 크게 들이쉬고는 '물냄새가 좋다' 혹은 '이런 곳에 살았구나 너' 하는 식의 솜털같은 말을 뱉어내어 공간에 둥글고 일그러진 방울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영우는 물 위에 뜬 나뭇잎처럼 헤엄치다가 잠잠해지고 진과 영우는 서로 마주보며 잠이 들 것이다. 옥구슬 같은 그들의 몸은 점점 길게 늘어날 것이다.
진은 영우에게 자신이 본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우는 진의 울룩불룩한 모양들을 메워주었는데 진은 다시 자라는 살들을, 영우에게서 온 그 이방인들을 신기하게, 혹은 두렵게 바라볼 뿐 어떤 것도 주지 못했다. 유연하지 못한 혀로 뻐금거릴 뿐이었다. 진은 영우를 초대하고 싶었는데, 어디로 어떻게? 영우는 어디로 들어가고 싶어할까?
진은 자신이 가진 최고의 것은 이 막이고, 이 '안'이라는 공간이고, 그 따뜻함과 안정감, 아름다움, 자유로움, 편안함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오후의 햇빛이 비출 때 이곳의 물이 주변 풍경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모습이라든지, 그 가벼움과 투명함이라든지. 그 정원에서 자라는 풀들과 잎들의 향기랄지.
어느 저녁 이들에게 입술을 가져가고 이들을 오물거리고 삼킬 때 전해지는 기운, 혈관에 퍼져가는 푸른 빛 색채랄지. 그 안에 살고 있는 호방하고 현명하고 유희적인 생명들. 삶은 그러한 것, 그리고 놀이 같은 것, 이라고 노래하는 이들의 강인함과 명랑함이랄지. 그 맞닿은 몸들이 어떻게 진을 자라나게 했는지. 어쩌면 영우도 그 빛과 몸과 물 곁에서 자라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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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미지:
권영우(1926-2013), <Untitled>, 2002, Korean paper on canvas, 130 x 130 cm. Courtesy of the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