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찾는 혀가 무겁게 갈라졌다.
침대 위에 앉아 싱싱한 오이를 찹찹 씹어삼킨다. 핸드폰에서는 익숙한 음악이 아무렇게나 흐른다. 허공을 응시한 채 아그작아그작. 두 가슴 사이 배꼽 위 구멍이 뚫린 것만 같다. 그 사이에서 메아리처럼 둥글게 맴도는 바람을 오이 파편들이 채워막는다.
초밥의 양이 너무 적었던 것일까. 아니면 초밥은 내가 아니라 그 경직된 연기를 하던 여자의 뱃속으로 들어갔을까? 긴장이란 이렇다. 우선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내 안면과 뒷면이 분리된다. 앞은 과장된 웃음, 어색한 자세, 그리고 허공에서 언어를 끌어모은다. 공기는 긁혀있다. 표정은 일그러진다. 눈은 하회탈처럼 주형되었다. 간혹 침묵의 순간에 뒤가 앞을 두드리며 '이봐 정신차려. 왜 이러는 거야.' 라고 하지만, 마치 책상이나 돌멩이에 말을 걸 듯, 앞은 메마른 침을 끌어 모을 뿐이다.
침묵했었더라면, 침묵을 '어색함'이라 부르지 않을 자신감을 가졌더라면. 혀가 무거워지고 불편해지지 않았겠지. 매끄럽던 공기가 한 순간에 절컹 주름지워지지 않았겠지.
오이의 끝은 쓰다. 침과 함께 오이를 넘기고 침대에 추욱 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