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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그림 Jan 28. 2018

프리타타와 팟타이

이름은 어려워


  지난 번에 처음으로 부모님께 프랑스식 홍합요리와 밀푀유나베를 해 드린 이후, "올해는 입이 호강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하는 카톡이나 "이번에는 뭐해? 장은 뭐 봐야하지?" 하는 부추김에 주말에 집에 가 부모님께 새로운 요리를 해 드리기로 했다.  


  자취하는 집에는 오븐이 없었던 터라 집에 돌아가면 프리타타를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이탈리아식 오믈렛이라고도 불리는 프리타타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아주 간단한 요리다. 계란, 우유, 온갖 야채들, 그리고 오븐만 있으면 금방 만들 수 있다. 냉장고는 거의 텅 비어 있었지만 필요한 계란도 있고 잡다한 야채들도 있으니 오늘 아침은 계란 프리타타다. 양파를 꺼내서 썰고, 브로콜리, 당근도 먹음직스런 크기로 썰었다. 고기는 베이컨이나 소시지를 써도 되지만 닭가슴살이 계란과 어우러졌을 때 식감이 좋기 때문에 닭가슴살을 네모나게 썰었다. 이들을 팬에 볶으면서 계란 세 개를 우유와 함께 풀었다. 볶은 야채와 고기를 오븐용 그릇에 옮기고 계란물을 붓고, 체다, 모짜렐라, 고다 치즈를 뿌리고 190도로 5분 데워놓은 오븐에 넣어 19분 정도 구웠다.
  용기가 얇았던 터라 혹시나 타지 않을까 오븐 앞을 계속 기웃거리면서 한 편으로는 베이글을 반으로 잘라 바삭하게 익혔다. 베이글에 발라 먹을 루악치즈를 꺼내고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리고, 테이블을 세팅했다. 이 때가 제일 즐겁다. 플레이팅을 할 때 말이다. 프리타타를 기다리는 김에 테이블 가운데에 장식으로 놓은 식탁보도 다른 것으로 바꿨다. 계란이 구워지는 향기가 부엌으로 몽실몽실 퍼져온다. 먹음직스럽다. 장갑을 끼고 꺼내보니 딱 알맞게 되었다. 오믈렛처럼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담백한 맛이 있는 프리타타. 다들 맛있게 다 비웠다.







 "이게 뭐라고 했지?" 엄마가 오븐용 그릇을 가리키며 물으신다.
 "프리타타. 이탈리아식 오믈렛이래요."
 "프- 뭐?"
 "프리, 타, 타. 공짜다. 프리. 타. 차에 타라 그런거지 타. 타."
 "아~ 프리 타타."
 하더니 몇시간 뒤에 또 물으신다.
 "우리 아까 먹은거 뭐라고 했지? 프리 뭐?"
 












 오후에 엄마가 장을 보고 오시더니 팟타이 소스를 사오셨다.
"저녁은 그거 먹자!"
 동남아시아 음식을 즐겨 먹는 터라 팟타이 레시피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복잡해서 미뤄 두었었다. 그런데 소스를 사오셨다니. 반칙 같기는 했지만 그것까지 만드는 건 뭐 다음 기회에 해도 된다. 팟타이의 핵심은 소스, 쌀국수, 숙주, 위에 올려지는 스크램블 에그(이것은 선택사항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맛에 필수적이다), 견과류이다. 그런데 숙주가 없어서 배추 잎과 시금치를 길게 썰어서 대신했다. 고기로는 돼지고기, 새우, 오징어 등등 자유롭게 넣으면 된다. 야채 넣는 순서와 시간도 다 어겨가면서 만들었지만  조금 불어서 찌득찌득한 소리를 내는 쌀국수가 진득한 전분 맛을 내고 소스가 면, 야채, 고기에 다 잘 배었다. 면에 붙어 함께 씹히는 아몬드와 호두의 고소한 맛, 계란의 포슬포슬한 식감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벌써 끝났어?"
 접시 위에 남은 면 몇 조각을 엄마의 젓가락이 뒤적거린다.
 "이거 또 만들어야겠는데. 너무 부족하다야."
 아빠도 입맛을 쩝쩝 다지신다.







 아침을 먹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어~ 우리 팟타야랑 프리타타랑 아보카드로 넣은 살라미인가 그거 먹었어~"
"팟타야가 아니라 팟타이! 태국 이라서 타이! 그리고 아보카드로가 아니라 아보카도라니까요. 살라미가 아니라 허무스..."
벌써 열 번 넘게 말씀드렸는데 아직도 이름이 몇 글자씩 어긋난다. 그 뒤에도 몇 번 더 다시 말씀드리니 드디어 팟타야가 팟타이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보카도는 아보카드로이고 허무스는 이제 하마, 허머, 후 뭐더라, 로 바뀌었다.  


요리로 거의 반나절을 보냈다. 재료들을 섞고, 볶고, 구워서 조화로운 맛을 내는 것, 예쁘게 접시에 놓는 것, 나누어 먹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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