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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전시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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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그림 Jan 10. 2020

기체와 분자의 세계

박광수 개인전 <영영 없으리>



   화면을 가득 메운 무채색 점과 선 앞에 선다. 작고 빽빽한 도형들로 비슷하게 채워진 캔버스가 연이어 걸려있다. 추상적인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문득 형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얇고 굵은 흔적일 뿐인 것이 한 걸음 물러나니 광활한 공간 혹은 세필의 묘사가 된다. 이것은 도시인가, 집과 도로인가? 이것은 숲인가? 바위인가? 개울인가? <검은 숲 속>, <깊이-골짜기>, <깊이-사슴연못>, <두 나무>, <두루미의 숲>, <나뭇가지를 들고> 같은 제목은 형태의 윤곽을 짚어준다. 정말 제목처럼 그림에는 일렁이는 물이 있고, 산세의 등고가 있고, 나란히 선 두 나무, 두루미, 나뭇가지와 사람이 있는 듯하다.



<단단한 나무>
<깊이-사슴연못>




   하지만 무엇이 무엇이고 어디가 경계인지. 무엇이 배경이고 무엇이 중심인지. 형태는 생겨나는 동시에 무너진다. “공기 같은 그림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중략) 형상과 배경은 서로를 뒤덮으며 침투하고 흐트러 놓는다.” 율동하고 난입하는 그의 점과 선은 화폭 안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의 그림 속 세계처럼 나도, 이 주변 공간도 날숨마다 서로에게 더 녹아 내리면서 기체처럼 분자처럼 흘러 들어오고 흘러 나가는 것 같다. 점과 선의 밀도로 생겨나고 사라지고 하나되어 변모하는 세계다.




<두 나무>


<두루미의 숲>
<나뭇가지를 들고>




   학고재 신관에서 박광수의 개인전 <영영 없으리>를 연다. 밴드 ‘혁오’의 <톰보이>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기도 한 박광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회화 32점과 영상 1점을 전시한다. 전시는 1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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