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건 일지>5. 숨진 이병

by 집녀

“또 자살이야? 가 봐 현장에!”


휴가 나온 군인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군인 자살이 잇따르던 시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 자살한 군인 집으로 달려갔다.

경찰은 이미 사라지고 경비아저씨가 언짢은 표정으로 응대한다.

“따라오소!”


아파트 뒤편 화단.

부러진 나무 가지와 흥건히 고여 있는 핏자국 만이 방금 전 사건 발생을 보여준다.


“헌병대가 와서 퍼뜩 수습해 가데요. 올라면 빨리 오지”

“그래요? 군인 집은 어딘데요?”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0.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방금 가족을 잃은 사람’을 취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얻어맞을 뻔한 일도, 몸쓸 놈 취급당하며 쫓겨난 일도 많다.

실제로 유가족들에게는 참 몹쓸 일이다.

또다시 유가족들을 만나야 하다니 한숨이 난다. 긴 한숨.

옆에 촬영기자도 눈치를 챘는지 빨리 끝내고 나오자고 한다.

숨진 이병이 목숨을 왜 끊어야 했는지 굳이 알아야 할까.

벨을 누를 필요도 없이 문 앞에서 만난 가족.

숨진 이병의 어머니다.


“저기.. 000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방금 아드님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주머니.

이상하다. 통상의 반응이 아니다.

하지만 다행이다. 이 정도 반응이면. 잘하면 얘기를 듣고 빨리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찾아와서 죄송한데요... 아드님이 왜 그랬는지.. 알아보려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예상외다. 정말 이상하다.

아주머니를 찬찬히 살펴본다. 그제야 이유를 알았다.

아주머니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말투가 어눌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지 못하다. 아들이 방금 죽었고 이를 취재하려고 기자가 왔다는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로선 빨리... 최대한 빨리 아들의 정보를 얻고 집을 떠나야겠단 생각만 들었다

방송에 담을 자료가 필요하다. 아들 얼굴이라도 (나중에 모자이크를 하는 한이 있어도) 하나 찍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아드님 사진 어디 없나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들 방에 이끌고 간다.

비좁은 방에는 사람 두 명이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의 공간.


“누... 구?”


소란스러움에 안방에서 나온 아버지.

아뿔싸...

숨진 이병의 부모 모두 장애인이다.

도대체 이 아인.

혹시.. 이런 상황 때문에...

이병의 어머니가 보여준 앨범.

숨진 이병의 모습은 여려 보인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 잔뜩 멋을 부린 옷.

마른 몸매. 자그마한 체구. 허약해 보이지만 귀여운 얼굴이다.

갓 대학에 입학해서 찍었나 보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이병의 어머니는 옆에 와서 아들 사진을 보며

설명을 한다.


“우리 애가 그래도 대학에 들어갔어예. 대학에서 장학금도 받는데... 또 아르바이트해가지고 지가 생활비도 다 벌고 있다 아닙니꺼. 내한테 용돈도 주고 했는데...”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어머니...

(낯선 사람에게 그렇게 세세하게 말씀하면 나중에 사기 당해요)

그러나 상황판단이 안 되는 듯 처음 보는 내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준다.


“00 이병이 평소에 무슨 고민 있다고 털어놓은 것 없어요? 입대하고요”

“우리 00가요? 음....”

“뭐 하는 겁니까!”


갑자기 들이닥친 헌병이 보고 있던 앨범을 낚아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문 앞에 서 있던 이병의 아빠도, 사진을 설명해주던 엄마도 순간 위축이 돼

말을 잇지 못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이렇게 기자한테 왜 사진을 보여주고 그래요! 뭐라고 했어요! 나와봐요!”


이병의 부모를 윽박지르기 시작하는 헌병대.

부모들은 잘못했다는 생각으로 위축된 몸짓으로 따라간다..

화가 치민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헌병 앞을 가로막는다.


“저기요! 전 000 방송국에서 온 000 기잡니다! 어디서 도대체 큰 소리예요? 네!

방금 자식을 잃은 부모한테 당신이 뭔데 이렇게 윽박지르는 겁니까! 그러고도 당신이 인간이야! 어!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나한테 화를 내지! 내가 앨범 보여 달라고 부탁했고 보여 주셔서 보고 있는 거라고! 근데 왜 방금 자식 잃은 부모한테 어디 와서 윽박질은 윽박질이야! 이 부모들이 부하야? 내가 부하야? “


얼굴이 벌게지고 미친 듯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이성을 잃은 것이다.

지체 장애인이라고... 일반인들에 비해서 좀 모자라다고 해서 부모를 마음대로 할 권한은 없다. 그것도 방금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자식을 잃어도 상황 판단이 안 되는 부모에게...

그제사 부모들이 울기 시작한다.

내 목소리가 커서 놀랬는지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심장에 이제야 박혀 드는지 포효하며 울기 시작한다.

내가 울린 것인가...

상대가 미친년이라 생각했는지 헌병은 별반 대응을 하지 않는다.

앨범 빨리 촬영하고 나가라고 한다.

그리고 부모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별 말을 할 수 없다고

대화를 차단한다. 부모들을 데리고 나가는 헌병.

밖에는 이미 봉고차가 대기해 있고 부모와 00 이병의 친구로 보이는 방금 도착한 청년까지 함께 우리에 소 몰 듯이 봉고차에 태우고 떠나 버렸다.

아마 아까 숨진 이병도 그렇게 시신을 수습했으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저민다.


회사에 돌아와 숨지 이병의 싸이월드를 찾았다.

이병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찾기 위해서...

이병은 귀엽게 생겼다.

이웃들은 00 이병을 몸 불편한 부모님을 잘 모시고 애먹인다는 소리 한번 나오지 않는 착한 아들로 기억한다.

그런데 왜 죽었을까.

00 이병은 숨지기 하루 전 병무청에 의가사 제대를 신청했다고 한다.

부모가 지체장애를 앓고 있고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첫 휴가를 나와서 복귀를 하루 앞두고 이런 선택을 했을까.

현실이 무거웠을까.

그래도... 착한 아들이었다면서 부모님에게 마지막 인사는 하지.

마지막 말은 남겨놓지. 왜 유서 하나 남겨 놓지 않았니

부모님이 너 없이 어떻게 살지를 왜 생각하지 못했니.

그 걸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살기가 싫었던 거니...

안타깝다.

안타까워서 눈물이 났다.

젊은 청년들이 군대에 들어가면 한 해에 70명 가까이 목숨을 끊는다.

나는 그 아이가 가진 삶의 무게와 그 아이가 내려했던 진실의 목소리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진실이라는 미명 아래 기사거리나 찾겠다고 부모를 구슬려서 앨범을 뒤적이던 내가 비참하다.

아들을 잃은 부모 앞에서 윽박지르던 그 헌병이나 내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는 사건을 덮으려 했고 나는 사건을 파헤치려고 했던 단지 그 차이인데.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사건 일지>4. 그 해 명절 6건의 사건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