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미혼>1

에피소드 1. 마흔 넘으면 재혼남도 감지덕지

by 집녀

“마흔 넘으면 초혼남은 안 되지!”

마주 앉은 선배가 내뱉은 말에 선혜는 귀를 의심했다.

“네?”

“그 나이에 초혼 남자를 찾기 힘들다고. 재혼남 밖에 없어!”

“(정색을 하며) 농담이라도 지나치신데요?”

“(정색을 하며) 농담 아닌데!”

밥 잘 먹다가 훅 들어온 말에 선혜는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물론 재혼남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초혼남은 엄두도 내지 마라’는 식의 그 선배의 말 태도에 있다. 내가 초혼남을 만나든 재혼남을 만나든 무슨 상관이며 지가 뭔데 초혼남은 안 된다고 선을 긋는 것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주위 사람들이 더욱 안절부절못한다.

“어어. 취했네.. 취했어.. 선혜 씨 그래서 여행은 즐거웠어요?”

옆 사람이 갑자기 주제를 돌리려 한다. 숨이 넘어갈 듯한 당혹감에 선혜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진지하게 화를 낸 것인데 진지하게 우기니 기가 찼다. 이런 예의 없고 기분 나쁜 말을 들었으면 밥상이라도 엎고 일어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님 싸대기를 날리던가. 그런데 선혜는 그냥 자리에 앉았다. 그 선배의 얼굴을 다시는 쳐다보지 않으며. 그냥 개소리는 흘려듣는 게 상책이라는 표정으로, 나는 저런 말에 상처 받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쿨한 척하며 여행 질문에 답을 했다. 하지만 선혜는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참을 수가 없다. 이 자리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혜에게 이런 일은 다반사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 나이 많은 미혼 여성을 더 이상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해도, 나이 많은 미혼여성에 대한 생각은 딱 ‘망언의’ 남자 선배 정도였던 것이다. 선혜를 당황시킨 것은 그 선배가 평소에는 자상하게 말도 걸고 안부도 물어주던 친한 사람이었다는 데 있다. 수위 높은 농담을 가끔 하지만 거슬리는 말 까지는 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웃으며 같이 농담 따먹기 하던 선배가 점심을 먹다가 취기에 던진 말이기에 더욱 황당했던 것이다. 선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술기운을 틈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선혜는 혼자 점심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번 자리는 오래전부터 선약한 자리로 피할 수가 없었다. 특히 술이 들어간 자리는 대놓고 피하는데 이번 자리는 점심이라 안심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술이 권해지고 취한 사람이 발생한 것이다.

그 와중에 선혜의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여행을 혼자 다녀왔고, 그 나이에 혼자 다니는 것은 미혼여성이기에 가능하다는 질투 어린 발언이 나오고 급 그렇게 계속 놀다가는 결혼을 못 한다 얘기가 나오고,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는 이유, 결혼 못 한 이유까지 이어지더니 결혼 가능성을 두고 결국엔 그 남자 선배가 망언을 한 것이다. 백번 양보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속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나이 마흔이 넘어간 미혼 여성이 결혼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겠는가, 하지만 생각만 해야 할 말은 따로 있다. 평소 직장 상사를 개새끼라 여긴다고 그 상사를 개새끼라고 대놓고 불러서 되겠는가. 갈등 없는 사회를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욕하면 안 된다와 같은 거다. 선혜는 망언을 던진 그 선배의 당당한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 정색하는 선혜의 발언에 정색하고 자신의 말이 맞다고 우기다니. 술 취한 개에서 인간으로 돌아오면 정식으로 사과를 받아야 하는 말이다. 술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선혜는 술자리를 싫어한다.. 특히 사회의 일반 통념에 따른 삶을 살아온, 그 삶만이 제대로 된 삶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들과는 피하고 싶다. 그들의 눈에 비칠 자신의 모습이 이상한지 위협적인지, 부러운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그저 그런 사람들과는 피하고 싶었다. 이렇게 봉변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 방법뿐이라고 생각했다.


선혜는 마흔 살이 넘었고 이미 중반을 향하고 있다.

비혼 주의자는 절대 아니다. 선혜는 한 때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혼하고 싶은 나이에 만난 남자와는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때를 놓치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앞자리에 4가 달리는 불혹의 나이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악착같이 결혼을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선혜도 대충 남자를 만나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혜에겐 결혼에 대해 악착스러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우선 주위에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을 잘 보지를 못했다. 사랑은 해서 결혼은 했다 쳐도 결혼생활은 어쩔 수 없이, 애를 위해, 결혼 자체를 위해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굳이 마음에 맞지 않은 사람과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느니 혼자여서 행복한 삶을 선택했다고 할 수도 있다. 인간은 절대 고독한 존재여서 고독감을 떨치기 위해서 결혼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선혜의 생각이다. 이번 일처럼 무례한 인간들이 없다면 선혜의 삶이 더욱 나았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무례를 참다못해, 이런 말을 더 이상 듣기 싫어, 이런 취급을 더 이상 받기 싫어서 결혼을 그냥 해 버리고 만다고도 한다. 하지만 선혜에겐 그렇게 결혼을 해버리고 만다고 할 정도의 남자도 없었다. 그런 남자라면 애시당초 찾지 조차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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