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미혼>2

에피소드 2. 화낼 때 화내는 것은 히스테리가 아니다.

by 집녀

“네가 맨날 그런 말을 듣고도 그냥 넘어가니까 그게 문제인 거야. 회사에 얘기해, 아니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던가!”


매사에 맺고 끊고 정확한 정아는 선혜를 탓하기 시작했다. 사실 선혜는 그냥 친구의 동조 어린 말이 필요했고 다독거리는 위로가 필요했다. 그런데 냉철한 정아는 대처가 부족했던 선혜의 태도를 지적했다. 선혜가 이런 일을 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 사실문제 기는 했다. 그건 선혜 본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실이지만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네가 그때 숟가락을 내동댕이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지!”

“넌 그런 일 없냐? 너한테 친하답시고 말하다가 말로 실수하는 사람들 없어?”

“나한테? 그런 말 하면 죽음이지”


사실이다. 냉철한 태도의 정아에게 사람들은 농담 섞인 말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특히 나이와 결혼과 관련해서는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치면 선혜는 무르고 물러 이 사람 저 사람 당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당하려고 당하는 것도 아니잖아. 가만히 있다가 훅 들어오는 공격을 어떻게 피하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정색하고 점심 식사를 사단을 내면.. 그 선배 얼굴을 다시 어떻게 보냐. 너네 회사와는 달리 우리는 다들 가족 같은 분위기라. 정말.. 그 이후가 걱정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맨날 네가 그렇게 당하는 거야. 그럼 계속해서 그렇게 가축적으로 지내보던가.”


선혜도 알고 있지만 대놓고 선혜를 꾸짖는 정아의 말이 더 이상 듣기가 싫어 바쁜척하며 전화를 끊고 만다. 선혜는 제대로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태도가 사실 너무나 싫다. 그리고 그 문제를 가감 없이 지적하는 정아의 태도도 전혀 위로가 못된다. 정아 말처럼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 화를 바로 내서 다시는 그런 말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말에 화를 내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예민해 보이고, 자격지심 같아 보이고, 우습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성내면 사내에 길이길이 회자될 해프닝으로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그들이 이런 일을 곱씹으며 얼마나 나를 비웃겠는가... 화를 내는 것을 히스테리 취급하지 않을까 선혜는 걱정이다. 화를 내는 것은 화를 내는 것이지 히스테리가 아니다. 그렇게 치부하는 사람들이 나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선혜의 고민은 시작된 것이다. 화가 났지만 화를 표출해야 하나 마나라는 또 다른 고민. 이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화를 내야 하는 때를 놓쳐 버리고 그렇게 또다시 당하고 마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화를 내는 순간 그 상황을 인정해버리게 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정아는 녹음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을 어떻게 맞추고 녹음한단 말인가? 정아는 적어도 그런 망언 확률이 높은 사람들과 식사나 회식을 할 시간이 있으면 무조건 녹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정말 못할 짓이다. 그래도 같이 지내는 사람들인데 그 사실을 알면 나를 어떻게 대할까. 그런데... 그렇게 막 대했기 때문에 내가 그러는 것이 아니겠는가? 선혜는 생각했다. 스마트 폰 녹음 기능. 세상을 몇 번이나 뒤집어 놓았던 그 녹음 기능. 선혜는 삶의 방패막으로 녹음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엄한 일들이 다시 닥치지 않기 위해서는 선혜는 굳게 마음을 먹을 필요가 있다는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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