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미혼>3

에피소드 3. A급 여자와 D급 남자만이 남은 결혼시장?

by 집녀

“결혼을 못한 노처녀 노총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는 정호가 우쭐한 듯 말을 이어간다.

정호는 선혜의 대학 동기로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다 십 년 전 결혼정보회사를 차려서 운영하고 있다. 보험을 팔며 맺은 인연을 토대로 지인들에게 소개 자리를 몇 번 주선한 일이 있었는데 정호는 자신의 능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게 됐던 것이다. 상품을 파는 것은 같지만 보험회사에서는 철저한 을의 입장으로 상품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에서는 때로는 갑의 입장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혹시나 모를 좋은 조건의 상대방을 연결해달라며 웃돈까지 주니까 말이다.


“여자는 A급, 남자는 D급이지 “


사람의 가치를 등급으로 매기는 결혼정보회사야 말로 세상사의 모든 속물이 함축된 시장이라고 선혜는 생각했다. 정호는 그 속물 세상이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정확한 데이터(재산과 나이, 외모)를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그것을 받아들이냐 마냐 결정하는 것은 철저히 고객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보험회사에서는 상품이 설명과 다르다며 항의가 들어올 수 있지만 결혼정보회사에서는 그런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용한 것은 고객 본인이고 그 외에 있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것(서류를 속이거나 결혼정보회사가 적법한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넘어선 것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작정하고 속인 것인데 우리도 어쩔 수 있냐며 발뺌하면 끝이다. 그리고 대부분 쪽팔려서 항의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건만 따졌다는 속내를 들키는 셈이 되니까.


“그래 그렇다 쳐. 그럼 이 나이 되도록 남은 나도 A냐?”


커피를 입에 갖다 대려던 정호가 코웃음을 치며 마시던 커피를 뱉어낸다.


“장난해? 어디다 갖다 붙여. 너는 내가 봤을 때 20대부터도 한 번도 A였던 적이 없어”

“너무하네. 남들이 D라고 해도 너는 나를 A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인간적으로 말하면 A라고 하고 싶지만... 나는 결혼시장에서의 객관적 평가를 말하는 거야. 네가 20대 때 예쁘고 집안에 돈이 많았냐? 남자들이 원하는 것은 번듯한 직장을 가진 여자가 아니야. 자기주장 별로 없고 부유한 환경 속에서 해맑게 자란 여자를 원하는 거지. 너는 없는 환경에서 억척스레 자수성가한 경우잖아. 그건 말이야 최악이야. 독하다고 생각해”

“지랄하네”

“이런 성격도 문제지 드세~ 드세~. 그리고 지금의 너는..”


선혜를 아래 위로 쳐다보고 말하려다 그냥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왜 말을 못 하지? 그래도 나 동안 아니냐? 요즘 미인의 기준은 예쁘냐가 아니라 어려 보이냐 아니냐 라며!


정호가 피식 웃는다.


“그거 다 여자들이 한 말이고 여자들이 서로 위로하려고, 화장품 더 팔려고 만든 말이지, 남자들에겐 말이지 어려 보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어린 게 중요한 거야. 동안? 뭐 그런데 현혹되면 안 돼. 그건 그냥 자기 위안이야. 그냥 너는 말이야... 외국 어디 가서 나이 상관 안 하는 외국 남자를 찾아보는 게...”

“욕을 얻어먹고 싶어서 작정을 했네.. 야 근데 정말 나이 찬 사람 가운데 좋은 남자는 결혼시장에 없냐?”

“없지 ‘

“단호하네”

“생각해봐.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 여자들이 가만히 뒀겠어? 아니 엄마들이 가만히 뒀겠어? 다.. 금방 팔려. 시장에 남은 건...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말이야, 전문직 노처녀 여성과 농촌에 사는 노총각, 딱 이 부류가 남았단 말이야. 그나마 농촌 총각들은 요즘 해외 여성들과 국제결혼이라도 하지. 너는 어쩌냐”

“그만해. 뭐 결혼할 생각도 없고. 그냥 너 같은 놈들의 잣대로 맺어주는 것 자체가 웃겨. 자신의 인생을 결혼 정보회사에 넘겨 버리다니.”

“그러니까 네가 결혼을 못하는 거다. 다들 그렇게 하고 살아”

“그렇게 좋으면 너도 알아보지 그러냐? 이혼하고 평생 혼자 살 거 아니잖아?(그렇다 정호는 돌싱남이다)"


정호는 되레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재혼 시장이 얼마나 수준 높은지 너는 아니? 요즘 한번 다녀온 건 흠도 아니잖아. 나는 지금 고르고 고르는 중이야. 내가 ‘사랑’ 하나 보고 결혼했다가 지금 이렇게 폭삭 망한 거 아니냐. 어차피 사랑엔 유효기간이 있지만 돈은 말이야 유효 기간은커녕 이자까지 생기잖아. 어찌 됐든 지금 내겐 골라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나 봐라. 어느 정도 사회적 연륜도 있지, 아픈 경험으로 인해 경솔하지 않아 보이지, 뭣보다 애도 없지, 사실 나 정도면 초혼 여성도 문제없지. 요즘 그런 거 안 따지잖아”

“병신 꼴값 떠네”


선혜는 대 놓고 욕했다. 그런데 정호의 말이 그렇게 틀린 것 같지 않아서 속상하다.

결혼시장에서 초혼보다 재혼시장이 오히려 질이 높다 라는 말이 있다. 선혜도 이미 알고 있다. 워낙 이혼율이 높은 요즘 시대를 반영한 말이 아닐까 싶다. 한번 다녀온 사람이 나이 처먹도록 아예 못 간 사람보다는 조건이 좋다는 이야기도 된다. 얼마나 문제가 있었으면 얼마나 능력이 없었으면, 얼마나 성질이 못됐으면 지금까지 결혼을 못하겠는가. 그런 문제적 인간들이 많은 노처녀 노총각 시장보다는 재혼시장에서 좋은 조건의 배우자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은 이혼한 것이 흠도 아니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살다 보니 맞지 않은 것을 어쩌겠는가. 그래도 적어도 (돌싱인) 그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질 만큼의 상황까지는 갔다는 것이 아닌가. 이성이 호감을 느낄 정도의 매력이 있다는 것 아닌가. 결단을 내릴 만한 인연을 찾았다는 것은, 그런 대상이 됐었다는 것은 어찌 됐던 부러운 일이다.

정호가 오랜만에 연락했길래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혹시 혼자 있는 친구를 위해 남자를 소개해 주려고 하는 것인가 라는 바람. 그것도 공짜로 해주지 않을까라는 헛된 바람.

정호가 선혜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꺼낸다.


“근데 너네 회사에 이번에 신입사원들 뽑았다며? 여자도 많다며?”

“근데?”

“관심 있는지 물어봐줘”

“무슨 관심?” 하던 선혜가 드디어 눈치챈다.

“야 그것 때문에 보자고 한 거야? 아직 걔들 20대 중후반이야. 그런 애들이 무슨 고리타분하게 결혼정보회사야?”

“훗. 바보야 그러니 역시 너는 안 돼. 너는 진짜 요즘 애들을 모른다. 생각이 튼 애들은 달라. 말이나 해봐, 좋은 가격에 해준다고”


선혜는 속으로 외쳤다.


‘나는 좀 해주면 안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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