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일상

로또 1000회, 온 우주의 기를 담아

by 집녀
내가 산 로또. 1000회다.

월요일 아침 출근 후.

자리에서 조용히 QR코드로 로또를 찍는다.

1등 당첨이다!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다.

누가 알면 안 된다.

기뻐하는 내색도 내면 안된다.

표정을 숨기고 검색해본다.

이번 1등은 무려 35억이다.

마음을 진정한다.

오후에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앉아있는지 물어보고(혹시 쓰러질까 봐) 옆에 누가 있는지 물어보고(아무도 없어야 한다)

로또 당첨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비밀 약속을 받는다.

아빠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아빠는 입이 싸고 돈 욕심이 많다)

회사에 아프다고 말하고 오후 반차를 낸다.(휴가 깎이는 것이 더 이상 아쉽지 않다)

잠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한다.

점심은 가장 비싼 한우집에 가서 3인분을 먹는다.

집에 간다.

회사에는 아파서 이번 주에 못 오겠다고 말한다.

수요일에 엄마랑 같이 서울로 간다.

비행기는 타지 않고(지방 거주자) 자가운전도 아니고 KTX를 탄다.(특실로)

서울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농협 본점으로 간다.

옆에 다른 건물을 목적지로 대라고 하지만, 괜찮다 수요일이니.

직원에게 로또를 전하기 전에 사진을 찍는다(직원이 로또 가져가고 난 뒤 기다리는 시간이 불안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함)

미리 만들어 놓은 은행에 계좌 이체를 한다.(추후 예금자 보호를 위해 계좌를 만들 수 있는 한 여러 은행에 만들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호텔에서 3박을 한다.

처음으로 룸 서비스도 시킨다.

백화점 명품관에 가서 가방을 지른다.

집에 돌아온다.

한 달쯤 더 다니다가(보너스 나오는 시기에 최대한 맞춰서) 그만둔다.

아파트를 하나 사고 외제차를 하나 사고, 자리 좋은 곳에 상가도 하나 매입한다.

월세 받으며 세계여행을 돌아다닌다.

.

.

로또가 되면 내가 할 구체적 계획이다.



이번 주 1000회다.

의미심장한 숫자다.

무려 얼마나 돈을 썼던가.

1000회. 이번만큼은 기운이 느껴진다.


점심시간 차를 타고 지나가다 로또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1등 2번 2등 5번. 다음엔 1등 잡으세요"

"1등!" "1등"

지나가다 본 로또 판매점. 내게 좋은 기운을 줄 것이다.


가던 차를 멈추고 들어가서 샀다.

그 1등이 내가 되길 기원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샀다.

옆에 직장 동료가 대신 사달라는 것을 기를 뺏기기 싫다고 각자 사자고 했다.

나중에 당첨되고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1000회다.

뭔가 좋은 기운이 온다.

로또 1등이 되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의 당첨 사실을 혹시 알까 싶어 며칠 쓰다 말 것이다.


행복하다.

나의 한주는 로또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되고, 바로 실망하고 다시 기대감으로 지속된다.


참고로 나의 최고 당첨금액은 5천 원이다.

하나도 못 맞출 때가 대부분이다.

그 또한 한 번에 대박나라는 신의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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