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살 때가 됐지만 사지 않는다
차 한 대를 사면 퇴직이 1년 더 늦어질 수 있다.
빨리 그만두는 게 목표인데 걸림돌을 만들 수 없다.
요즘 모든 소비의 기준은
'이 돈을 쓰면 퇴직이 며칠이 더 늦어질까?'이다.
휴가도 최대한 자제한다.
돈을 받을 수 있으면 그 방법을 택한다.
사실 일 년에 휴가를 하루도 안 가도 된다.
당직도 혼자 다 몰아하고 싶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말이다.
휴가를 쉬다 복귀하려면 되레 힘들다.
복귀 하루 전 날은 마음이 벌써 지옥이다.
구더기가 정말 무서우면 장을 안 담글 수도 있다.
슬픔으로
집밖으로 한걸음도 나가기 힘들 때
일할 수 있는 마음도 힘도 없다고 느낄 때도
먹고살기 위해 일하러 나가야 하는 처지가
서러웠다.
엄마는 혹시 회사를 그만두려는 게 아닌가 애써 돌려 묻곤 하셨다.
그만둘까 생각하자 억울한 마음이 솟았다.
지금까지 20여 년을 고생했는데
남들처럼 편한 자리 한번 못 가고 돌림을 당했는데
서러웠다.
무엇보다 연봉이 최고조로 가는 이 시점에 그만두는 것은 회사만 좋은 일이다.
그래서 다닌다
열심히는 아니지만 다닌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돈이 모일 때까지)
회사를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