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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상

동묘와 당근

by 집녀

오래전,

친구가 동묘에서 득템 한 것을 보고

호기심에 따라갔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옷을

가격 3천 원인가에 구매했다는 말을 듣고

"말도 안 돼"

놀랬다.


"동묘라고 해서 다 동묘가 아니야. 좋은 옷이 들어오는 가게는 따로 있어"

라며

"아는 언니의 단골 집인데 잘 안 가르쳐 주려 했지만 너니까 데리고 간다"

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 '아는 언니'를 나도 알고 있는데 똑똑하고, 옷도 잘 입는 언니였다.


동묘에 가서 무덤같이 쌓여 있는 옷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친구는 그렇게 소극적인 자세로는 옷을 구하지 못한다며

옷을 파내고 있었다.

(정말이다 흙을 파내 듯이 옷을 파냈다)


"옙다 이거 함 봐라"

라며 던진 옷은 내가 좋아하는 소위 말하는 비싼 브랜드

상태도 좋았다.

딱 내 사이즈다

가격은 3천 원

"미친 거 아냐?"

놀라며 이후로는 내가 더 적극적으로 옷을 파내기 시작했다.

동묘 세상은 그렇게 열렸다.


그러나 한동안 옷이 너무 많고,

그 이유는 미국에서 1년 지내면서,

싸다는 이유로 너무 많이 사서....

더 이상 감당불가가 되어

옷구매 자체를 삼가게 됐다.

당연히 동묘도...


그러던 내가

최근 당근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무 생각 없이 동묘의 최근 상품들을 검색하며

(물론 처음에는 요즘에는 잘 안 파는 엔틱 찻상과 엔틱가구를 사려는 게 목표였다)

옷으로 눈을 돌렸고

가격을 보며.... 그것도 새 제품인데 이 가격이냐며

관심리스트로 눌러대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울리는 알람.

끝도 없이 핸드폰 창을 올리고 있었다.


동묘의 흙파던 기술이

당근의 스크롤 다운 하는 기술로

바뀌고 있었다.


안된다 안 돼!

당근지옥이란 말이 이렇게 생기는구나.

일상을 흔들고 있는 당근의 세상

제발 좀 자중해야겠다.


그러면서도 옆에 있는 핸드폰은

당근 관심리스트가 떴다며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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