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1. 톨레도
"내가 돈을 많이 벌면 꼭 저기서 잘 거야!"
2016년 스페인 톨레도 전망대에서 다짐한 말이다.
톨레도의 최고의 전망대는 타호강 건너편 파라도르였다.
언덕에서 톨레도 구시가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석양 무렵부터 해가 떨어질 때까지 야외 카페테라스에서 발발 떨었다.
추위에 떨며 지켜보는 나와 달리 객실 테라스에서 사람들이 여유롭게 톨레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저 사람들은 여기서 숙박을 하는구나. 비쌀 텐데.. 부럽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돈을 많이 벌면 꼭 저기서 잘 거야!"
그 톨레도를 다시 왔다, 이번엔 엄마와.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대하던 숙소가 두 곳이 있었다.
톨레도 파라도르와 론다 파라도르.
'파라도르'는 일반 호텔과는 다르다. 스페인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호텔 체인이다. 성이나 수도원, 궁전 같은 역사적 건물을 호텔로 개조했는데 보통 4~5성급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두 곳은 꼭 가겠다고 다짐했다. 2016년 스페인 여행은 혼자 했기에 대부분 호스텔에서 머물렀다. 그때도 결코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비싼 숙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여행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서 다시 온다면 꼭 머무르겠라고 생각한 곳이다.
엄마의 기분도 급격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고급 숙소는 향이 다르다. 오래된 나무 냄새와 보송한 면 냄새가 섞인 향이 방안에 가득했다.
"오. 비싸겠는데!"
"그럼. 돈 좀 썼다. 이런데 쓸라고 돈 버는 거 아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숙소에 한 번 들어오니 나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얼른 시내 구경을 해야 했다.
3시쯤 넘어 시작한 톨레도 시내는 골목골목 미로 같은 길을 돌아다니는 것이 백미다,
그 길 끝에 도착한 톨레도 대성당.
톨레도는 작은 도시처럼 보이지만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 의미가 대단한 곳이다.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기기 전까지 수도였다. 중세까지 수도였다고 보면 된다.
유네크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있는데 기독교, 이슬람, 유대문화가 전부 녹아 있는 도시다.
그래서 톨레도 대성당은 꼭 봐야 하는 곳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스페인다운 대성당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사실 톨레도 성당을 보기 전부터 엄마가 점심을 먹자고 하셨다.
"성당부터 보자. 이게 좀 있다 문을 닫을 수 있어서 미리 보고 먹자"
고 하면서 결국 5시가 다 되어갔다.
엄마는 대성당을 나서자마자 뭐라도 먹어야겠다며 당장 빵이라도 사라고 하셨다.
이렇게 단호한 엄마의 모습은 최근에 본 적이 없었는데...
전날 밥을 먹지 못해 어지러웠던 경험을 반복하기 싫어 서리라.
'아이고 오늘도 때를 놓쳤네'
미안한 마음에 근처 노점상에서 피자 비스무리한 것을 하나 샀다.
엄마는 허겁지겁 골목에서, 그래도 민망하신지 뒤돌아서 빵을 드시기 시작했다.
목이 멜까 봐 물을 드렸다.
또 밥을 굶겨버린 딸이 됐다.
"엄마 이제 대충 보고 숙소로 들어가자. 오늘 숙소는 좋은 곳이니까 숙소 가서 좀 쉬다가 한국서 가져온 밥 먹자"
빨리 들어간다는 말에 엄마의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엄마에게 손 까딱하지 말고 쉬라며 저녁을 준비했다.
숙소 밖으로 점점 어두워지는 톨레도 풍경을 보여드리며
"캬아! 엄마 이 것 보러 이 숙소에 오는 거야. 이것 봐봐"
하며 자랑을 했다.
"좋네. 좋네. 참말로 좋네"
엄마는 침대에 누워 연신 감탄하신다. 내가 햇반을 데우고 반찬을 챙기고 왔다 갔다 하자 도와주려 했지만
극구 말리고 쉬라고 하셨다.
이틀 연속 밥때를 놓친 죄다.
이윽고 만들어진 상차림.
햇반에 육개장에 김, 그리고 김치.
여행 내내 그 어디에서 먹은 음식보다 최고의 음식이, 최고의 한 상이 차려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톨레도가 파노라마처럼 창밖으로 펼쳐진 모습에
그 어떤 최고의 레스토랑 뷰보다 훌륭하게 느껴졌다.
밥 먹고 숙소서 반신욕도 하고 다시 바라본 톨레도는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아.. 이래서 돈을 버는 거지. 좋다 좋아"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은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해서이지 않을까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