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 글이 살려내다.

2025.11.23 스페인 그라나다

by 집녀

스페인 남부의 이 자그만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알함브라 궁전을 보기 위해서다.

내게 지금까지 갔던 곳 가운데 또 방문해서 보고 싶은 '건물'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알함브라 궁전이다.


아랍어로 '붉은 성'을 뜻하는 알함브라 궁전은 바깥에서 보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 내부 모습이 가히 압도적이다. 이슬람 문화의 마지막 보루, 이슬람 문화의 정수.. 온갖 칭송도 부족하지 않다.

기독교 군대가 이 알함브라 궁전을 점령했을 당시 그 아름다움에 압도당해 차마 부수지 못했다는 말이 있다.



KakaoTalk_20260105_144936533.jpg 알함브라 궁전 안 나스리 궁전에 있는 '아벤세라헤스의 방' 완벽한 팔각형 모양의 별 모양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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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리 궁전안의 문양들. 벽면 가득 화려한 기하학 무늬가 새겨져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불과 얼마 안 됐다.

버려진 성으로 한동안 부랑자나 집시들이 거처로 쓴 곳이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역사적 의미가 알려지지 않은 그저 폐허에 불과했던 것이다.


알함브라궁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미국작가 워싱턴 어빙이 쓴 책 '알함브라 이야기"덕분이다.

1826년 미국 공사관 임명을 받아 마드리드에 체류 중이던 어빙은 이슬람 왕조의 마지막 보루라는 알함브라에 호기심을 갖게 됐고 1829년 그라나다를 방문했다. 당시 폐허에 불과했던 알함브라 궁전에서 3개월 동안 살면서 알함브라에 대한 보물 같은 이야기를 담아낸 책을 써낸 것이다.

알함브라 궁전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다.

가치를 알아봐 주는 한 명의 노력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역사와 문화적 감동을 주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글의 힘 아니겠는가.

내가 글을 계속 쓰고, 글쓰기를 연습하고, 글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그라나다에서 또 찾게 됐다.


역시나 아름다운 건물에 넋나간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 궁전 이름이 뭐라고?"

"아브라함?"

"아이참! 알함브라라고! 알함브라!"


10분 뒤.

"엄마 이 궁전 이름이 뭐라고?"

"아부라함? 아부랄?


아브라함 궁전에서 머무는 3시간 반 동안 계속 엄마에게 이름을 주입했지만 결국엔 끝까지 기억하지 못했다.

이거 이거.... 갔다 와서 다른 아줌마들에게 자랑이라도 하겠나..

이름도 헷갈리는데..


KakaoTalk_20260105_145156824.jpg 알함브라 궁전에서 보이는 시에라 산맥. 궁전 내 야자수나무와 장엄한 설산의 풍경이 대조를 이룬다. '네바다'뜻이 바로 '눈이 덮인'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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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 안에 끝도 없이 흐르는 샘물은 네바다 산맥에서 흘러온 것이라고 한다.



KakaoTalk_20260105_154901840.jpg 알함브라 궁전 안에 펴 있는 석류. 암마가 하나 따먹고 싶다고 손을 벌렸는데... 스페인어로 석류가 '그라나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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