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엄마의 불타는 토요일 밤

11.22 스페인 그라나다

by 집녀

"아이고야 정신이 없다! 골이 얼얼하다"


엄마의 호소가 이어졌다.


"지금 내가 내 정신이 아니다"


마주 앉은 엄마가 귀를 막으며 호소했다.

나는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며 귀를 막은 엄마의 손을 바로 내리라고 손짓했다.


"엄마 그렇게 행동하면 저기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 시끄러워서 엄마가 귀 막는다고 생각할 거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솔직히 나도 귀를 막고 싶었다.

엄마의 말도, 내가 하는 말도 잘 안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랑 내가 있는 곳은 그라나다에서 타파스로 유명한 'Entre Brasa"다.


그라나다에 9시쯤 도착해 숙소에 짐을 푸니 10시 가까이 됐다.

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었고, 장거리 이동에 피곤해 숙소에서 바로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힘을 내서 식사를 하러 온 이유가 있다.

그라나다에 가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찾은 곳인'Entre Brasa"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60102_102753945.jpg 30분 정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었던 앙트레 브라사스. 추위에 옷깃을 다시 여미는 엄마



그렇다고 굳이 10시에 찾아가 먹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영업을 안 한단다. 그렇게 되면 그라나다에 머무는 동안 갈 수 없다.

다른 음식점을 찾지 굳이 이 가게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맛집을 찾다가 누군가 적어놓은 말 때문이다.

'스페인 여행 내내 머었던 이베리코 돼지고기 가운데 가장 맛있었다'는 그 말.

그 정도인데 안 가볼 수 있겠는가.

그냥 숙소서 쉬자는 엄마를 끌고 나갔다. 다행히 음식점은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었다.

다시 한번 나의 숙소 초이스에 감탄을 한다.


가게 앞은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가게는 그라나다 유명 타파스 거리에 있었다.

타파스는 주류를 시키면 안주처럼 나오는 음식이다.

나는 술을 못 마신다. 그렇다고 타파스를 못 먹는 것은 아니다. 음료를 시켜도 다행히 나온다.



KakaoTalk_20260102_102711286.jpg 좁은 골목길이지만 기 거리가 그라나다의 타파스 거리로 유명하다.


앙트레 브라사스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입장했다.

앉는 자리는 별로 없고 대부분 서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안내받은 곳에 앉았다.

가장 추천하는 음식인 이베리코 스테이크와 토마토 부라타 샐러드를 시켰다.

그리고 처음으로 스페인에 오면 꼭 마셔봐야 한다는 오렌지 환타도 시켰다.

한국 환타의 맛과 달리 실제 오렌지 과즙의 비중이 높아서 훨씬 맛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후 스페인 내내 오렌지 환타를 계속 마셨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 젊은이의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끝도 없이 말하고,

끝도 없이 웃는다.

뭐가 저리 좋을까...


"내가 한국에서도 안 나오는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있다니..."

엄마의 말에

"그게 여행의 재미 아니가. 이런 곳에도 와보고 해야지"

하며 응답했다.

나도 이 시간에 바깥에 나오지 않는다.

술집에 안 간 지도 오래됐다.

한국에서는 잘 시간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열기다.

피곤하고 시끄럽지만 나쁘지는 않다.


KakaoTalk_20260102_102722295.jpg 젊은이들의 열기에 압도 당한 엄마.


환타와 함께 나온 돼지고기 타파스를 먹으며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본식인 이베리코 스테이크가 나오자 감탄이 나왔다.

배도 고프고 허겁지겁 먹었다.

같이 시킨 토마토 부라타치즈가 느끼한 맛도 잡아줬다.

안 먹었으면 후회할 맛이었다.

하지만 많이 먹으니 역시나 느끼한 맛이었다.


KakaoTalk_20260102_102743831.jpg 부라타치즈와 이베리코 스테이크


입으로 먹었는지, 귀로 먹었는지 모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남부로 내려왔지만 밤공기가 한층 더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밤공기는 차가워도 토요일밤의 열기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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