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비를 뽕뽑으려면 여행기를 써라

2025.11.24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론다로

by 집녀

비록 비싼 항공권이더라도 항공권을 결제하는 순간 마음은 이미 휴가돌입이다.

일찍 항공권을 구매한 사람은 아마 더 좋을 것이다.

더 오랜 기간 휴가를 음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그 감정을 유지하려면

여행기를 쓰면된다.


여행기를 쓰기 위해 사진을 찾으면서 다시 한번 즐겁고,

여행기를 쓰면서 그 설레는 마음 다시 한번 되새기고

거의 여행을 한 번 더 가는 수준이다.

여행 가기 전, 여행 중, 여행 후까지 그 여운과 즐거움을 계속하려면

여행기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여행비를 뽕뽑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한국에 있지만 그 당시, 그 공기, 그 향기, 그 소리들을

기억해내고 있다.


그라나다에서 론다로 가는 길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다.

7시간 차를 타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일어났다.

숙소에서 기차역까지 20여분 정도밖에 안 됐지만 항상 미리미리 서두른다.

혹시 체크아웃 시간에 시간이 걸릴까,

혹시 택시가 잘 안 잡힐까,

혹시 기차역에서 짐검사가 오래 걸릴까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해 빨리 움직이는 것이 속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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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라나다 기차역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카페테리아. 6시 좀 넘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많다. 다들 어디로 떠날까...


새벽 기차역은 또 다른 설렘이 있다.

아직은 덜 혼잡해서 정신없지도 않고,

첫차를 타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부지런함이 느껴진다.

나 혼자 어두컴컴한 새벽에 나온 게 아니라는 동질감과 위안도 느껴진다.


오늘은 기차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다.

그라나다에서 안테케라, 안테케라에서 론다 이동이다.

각각 한 시간 한 시간 반 정도 걸리지만 안테케라에서 환승대기 시간이 있다.

어찌 됐든 점심시간쯤 숙소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론다 구경에 나서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KakaoTalk_20260108_103904856.jpg 안테케라 가는 길, 일출의 빛이 용암처럼 보이다.


새벽이라 기차 안에 사람이 별로 없다.

창 밖 구름을 보니 컴컴했던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어 온다.

구름사이에 끼여서 해는 볼 수 없지만 그 뜨거운 태양의 빛이 구름사이에 용암처럼 적시고 있다.

'아 또 오늘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여행 10일 차. 이미 후반기에 접어든 여행이다.


안테케라에 도착해서 1시간 20분을 기다려야 한다.

역시나 역사에는 사람이 없다. 아직 오전 9시 정도밖에 안된 시간이라 그런가?

안테케라가 어떤 곳인가 싶어서 역사 밖을 나갔더니

역시나 역사 밖에도 아무것도 없다.

허허벌판에 건물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그래도 뭐가 좀 있나 싶어 도로를 따라 나갔더니 더 허허벌판이 나온다.

그래도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쭉 뻗은 도로를 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


KakaoTalk_20260108_103951321.jpg 안테케라역. 주위엔 아무것도 없고 혼자 덩그러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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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케라 역에서 바라본 주위 풍경.




역사에 돌아오니 엄마는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보고 계신다.

옆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앉아있는 엄마가 귀엽다.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엄마를 사진에 담으면 엄마가 대단한 여행자인 것처럼 보인다.

뭐 엄마 나이(70대 후반)에 이렇게 딸과 함께 자유여행을 돌아다니는 엄마는 '대단한 여행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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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케라에서 론다로 가는 길에 올리브나무가 쫙 펼쳐져 있다.

전 세계 1위 올리브오일 생산국 다운 모습이다. 한참을 가도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밭을 보며,

다른 것은 몰라도 마지막 종착지인 바르셀로나에서 올리브오일을 꼭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 중에는 쇼핑이란 생각할 수 없다. 짐만 더 늘 뿐이니.


론다는 톨레도에 이어 큰맘 먹고 좋은 숙소를 구했다.

그래서 론다로 가는 길이 더욱 설레는지 모르겠다.


KakaoTalk_20260108_103933594.jpg 그라나다에서 론다로 가는 기찻길은 온통 올리브 나무가 가득하다. 신기해서 연신 사진을 찍는 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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