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숲이 되다.

2025.11.27. 스페인 바르셀로나

by 집녀

내가 혜택을 볼 수 없는 일에, 내가 그 완성품을 볼 수 없는 일에 매달린다?

나 같으면 못할 것 같다.

누구 좋으라고!

안토니 가우디는 달랐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43년을 본인의 생전에는 절대로 완성할 수 없는 작품에 매달렸다.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을 짓기 위해서 말이다.

사람들이 언제 완공되냐 물을 때마다 가우디는 웃으며 대답했다고 한다.


"나의 건축주(신)는 서두르지 않으십니다."


1882년 착공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44년 만인 2026년에 드디어 완공한다.

가우디 사후 100년 만이기도 하다.

스무 살 때 처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가 보고, 십여 년 전에 또 한 번 가고,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 왔다.

인생의 세 번째 방문이다.

행운이면 행운이다. 그런데 감동은 이번에 엄마와 방문했을 때가 제일 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엄마에게 설명해 드리기 위해 미리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60116_094919489.jpg 아침 일찍 입장권을 끊었다. 호수를 끼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찍는 것이 제일 예쁘다고들 한다.


KakaoTalk_20260116_140209620.jpg 가까이서 본 성당입구 조각. 탄생의 파사드 부분


성당입구의 탄생의 파사드 조각은 '징그러울 정도로' 정교하다.

마치 돌이 흘러내리거나 녹아 붙은 것처럼 보이는데 가우디는 자연의 입체감과 사실적 표현을 위해 실제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얼굴을 본떠 조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실제 같은 모습이었다.


고개를 젖혀야 우러러 보이는 조각상들도 압도적이지만

내 눈엔 오히려 성당 입구 청동문이 더 눈에 띄었다. 나뭇잎과 곤충들로 뒤덮인 독특한 문이다.

바로 생명이 시작되는 숲의 입구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가우디가 성당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고 있기에 '생명이 움트는 숲'의 입구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 작품은 가우디의 작품은 아니고 가우디의 설계 의도를, 작품 의도를 완벽히 파악한 일본인 조각가가 제작한 작품이다.

이제 성스러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KakaoTalk_20260116_094940644.jpg 성당 입구 문 조각. 나뭇잎에 달팽이와 무당벌레가 있다. 무당벌레는 유럽에서 '성모 마리아의 곤충'이라고 불리며 행운을 상징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성당 내부 관람에 앞서서 미리 예약한 탄생의 파사드로 올라갔다.

예매를 할 때 '탄생의 파사드'와 '수난의 파사드'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여러모로 검색한 결과 탄생의 파사드가 더 볼만하다는 판단하에 선택했다. 둘 다 봐도 되지만 굳이 두 배의 돈을 지불하고 올라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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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파사드 안.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로 내려올때는 좁은 계단을 통해 내려와야 한다.



파사드에서 내려와 성당의 중앙에 서서 하늘을 본다.

와~ 내가 지금 숲 속에 와 있는 것인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진 기둥이 하늘로 뻗어 있다.

기둥이 끝나는 천장은 해바라기나 야자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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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전 햇살을 받아 빛나는 스테인드 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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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빛은 희망의 찬란함을, 오후는 뜨거운 숭고함을 보여주는 빛반사가 일어난다고 하는데

뭐 이래도 저래도 다 아름답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가우디가 치밀하게 계산한 빛의 서사시가 아니겠는가.


가우디의 철학은 자연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관절염으로 친구들과 뛰어놀 수 없었던 어린 가우디는 혼자 앉아 자연을 관찰했고 이후 가우디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자연이 빚은 듯하게, 자연에 거스르지 않게 최대한 노력했던 것이다.

죽기 직전까지 성당 지하에 머물여 가족도 없이 '미친 듯이'성당을 지었던 가우디.

1926년 전차에 치여 크게 다쳤지만 사람들은 그를 위대한 건축가인 가우디인 줄 모르고 시립병원에 방치하다가 뒤늦게 치료에 나서면서 결국 생을 마감했다.


오늘은 가우디 투어. 아니 바르셀로나 도시 전체가 가우디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만큼 돌아볼 곳이 많아

마음이 바쁘다.


가우디의 건축 일생에서 쓰라린 실패로 남은 '구엘 공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KakaoTalk_20260116_095522364.jpg 미련이 남아 자꾸 되돌아보는 엄마. "안 돼! 빨리 움직여야 해! 구엘공원 입장시간에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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