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6. 스페인 세비야->바르셀로나
유교적 효 사상에 뿌리를 둔 한국의 노인공경사상.
나는 그것만큼은 한국이 최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갈수록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70대 후반의 엄마랑 스페인 포르투갈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이 유독 친절하다는 것이다.
나한테는 웃음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 엄마만 보면 웃음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덩달아 나도 혜택을 많이 봤지만 말이다.
바르셀로나 숙소에 들어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체크인할 때 직원에게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통상 나는 체크인할 때 직원에게 "좋은 뷰로 주세요. 조용한 방 주세요.."등등 요구안을 붙였다.
하지만 그래봤자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귀찮게 굴면 더 안좋은 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아예 요구를 안 했다.(정말 욕심이 난 파라도르 숙소의 경우 아고다 예약 비고란에 남겨놓긴 했지만 말이다)
바르셀로나 숙소에서 체크인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별말 없이 예약자 성명을 말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체크인 카운터 여직원이 옆에 앉아 있는 엄마를 흘끗 쳐다보는 그 순간을. 그것은 단순히 동승자 확인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이윽고 직원이 내뱉는 말은 내 예상과 적중했다.
"저희가 좋은 뷰가 있는 방으로 업그레이드시켜 드렸어요. 좋은 여행 되세요"
아싸! 무슨 일이냐!
사실 이 호텔에서 머물고 싶은 방이 있었다.
거리 쪽으로 발코니가 있는 전형적인 유럽식 방이 있었다.
하지만 예약 당시 너무 비싸고, 또 너무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그 방을 예약하지 않았다.
그런데 업그레이드가 되다니!
"어머 저는 기대도 안 했는데 이렇게 방을 업그레이드해주신다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온갖 아양 섞인 말과 진심 어린 감사를 녹여 직원에게 거듭 인사했다.
엄마 덕분이다. 그 직원이 엄마를 흘끗 보는 순간 깨달았다. 뭔가를 베풀려고 하는구나.
나의 엄마는 사랑스럽고, 온화해 보이고 누가 봐도 본인의 어머니를 보는 듯한 그런 이미지가 있으니까.
이 내 생각은 여행기간 내내 이어졌다.
2주 동안의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하면서 두 번의 비행기 이동이 있었다. 비행기는 미리 구매해 아주 저렴한 가격(거의 버스비 수준)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비행기 두 번 다 엄마의 좌석이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좋은 좌석 혹은 이코노미 1열에 배정된 것이다. 둘이 다 됐으면 모르겠지만 항상 엄마만 좋은 자리가 배정됐다.
체크인 카운터에서도 그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엄마를 한번 체크하는 그 모습을. 엄마가 연세는 있으시지만 어디 아프시거나 못 걸으시거나 허리가 구부정하지도 않으시다. 뒷모습만 보면 6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물론 얼굴에는 주름이 많으시지만. 두 번이나 엄마가 비즈니스 혹은 1열에 배정된 것은 정말 배려 아니었을까?
물론 내가 일찍 체크인을 했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엄마에 대한 배려라고 믿고 싶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었다.
유독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다.
부모님과 자식, 손자까지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녔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젊은 연인끼리, 부부끼리 여행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많아 보였다(적어도 내 눈에는)
저렇게 해서 걸어 다닐까? 싶을 정도의 어르신도 자식들 여행에 같이 돌아다니셨다.
대중교통을 타고 걸어 다니고.
대중교통에서 어르신이 들어오면 일어나는 속도도 왠지 이 나라 사람들이 더 빠른 것 같았다.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
유럽이 바로 그런 나라 아닐까.
여행은 깨달음의 연속이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을 되돌아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