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는 아프지만 마음은 가볍다.

2025.11.25. 스페인 세비야

by 집녀

최대한 대중교통을 타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안 되는 것이란 걸음수를 줄이는 것.


관광지 안에서 움직이는 걸음수만으로도 어마어마하다.

하루에 2만 보, 어떨 때는 3만 보까지 걸으니 다리가 고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엄마가 걱정이었다.

그래서 무릎 핫팩과 무릎 보호대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준비를 많이 해왔다.

하늘이 도왔는지 부처님이 도왔는지 다행히 여행 내내 통증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리는 갈수록 무거웠지만 반대로 마음은 갈수록 가벼워졌다,

이제 여행 11일 차.

14박 16일의 여행도 이제 마무리로 접어들고 있고 무엇보다도 도시 간 이동이 이제 한 번 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마지막 행선지인 바르셀로나로 가면 끝이다. 거기서는 숙소를 옮길 일도 없다.

도시 간 이동을 할 때마다 버스가 제대로 갈지, 기차 놓치지 않을지, 공항에 어떻게 갈지...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바르셀로나로 넘어가는 비행기 한 번만 타면 더 이상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이유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 가면 드디어 쇼핑을 할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에 즐거움까지 생긴다.

지금까지의 고생을 보상할 쇼핑이 바르셀로나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도, 해가 지려고 해도 마음이 조급하지 않은 이유는

다 생각이 있어서다.

해질 무렵 스페인 광장에 가기 위해서다.

스페인 광장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건물은 아니다. 1929년 만들어졌다.

스페인이 이베로 아메리카 박람회에서 "우리가 옛날에 이만큼 잘 나갔다"라고 전 세계에 뽐내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일종의 국가 홍보관이라고 한다.

해 질 녂의 스페인광장은 붉은 태양빛이 붉은 벽돌을 극대화한다. 벤치에 박힌 타일까지 빛을 받으면 광장 전체가 황금빛으로 불타오르는 듯하다.

그 옛날 스페인의 찬란했던 황금기를 이 스페인 광장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KakaoTalk_20260113_134749614.jpg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세비야 광장,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이 난다.


KakaoTalk_20260113_134633366.jpg 플라멩코를 추는 어르신. 그 열정에 놀란다.신발은 운동화.나이는 못 속인다


스페인 48개 국가를 상징하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다리를 풀었다.

이제 가야 하는 곳은 숙소에서 이 곳 스페인광장까지 온 거리의 두 배에 달한다.

다리를 풀고 체력을 비축하고 다시 움직일 준비가 필요하다.


KakaoTalk_20260113_134813944.jpg 메트로폴 파라솔을 가기 위해서는 다시 구시가지를 통과해야 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름답게 꾸며진 세비야 거리


스페인의 과거 역사의 찬란한 모습이 구현된 것이 스페인 광장이라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 바로 메트로폴 파라솔로 간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건축물이자 거대 버섯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래 주차장을 만들려고 하다가 땅을 파니 예상치 못한 로마시대 유적이 쏟아져 나오면서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메트로폴 파라솔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밤에 가면 좋은 것은 바로 조명이 화려하게 바뀌는 '오로라쇼'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60113_134953097.jpg 버섯처럼 생긴 메트로폴 파라솔. 저녁에는 불이 들어와서 더 예쁘다.


KakaoTalk_20260113_134859246.jpg 지붕에 걸어 다닐 공간이 있다. 색은 계속 바뀐다.
KakaoTalk_20260113_134930284.jpg 멀리 세비야 성당이 보인다. 과거와 미래의 만남



한참을 메트로폴 파라소 지붕에서 돌고 돌았다. 비싼 입장료 뽕을 뽑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한다.

술슬 지겨워지고 배가 고파질즈음에야 돌고 돌고를 그만둔다.

숙소로 돌아가려면 또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괜찮다.

천천히, 골목골목길을 둘러보며 갈 것이다.

급할 것 없다.

여행은 목적지와 목적지 가는 사이에서 더 큰 즐거움을 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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