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타도
몽클레르는 못 사겠다.

2025.11.28.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로카 빌리지 아웃렛 가는 날

by 집녀

내게 이번 여행 중 가장 기다려지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쇼핑이다.

물론 엄마와의 여행 그 자체도 정말 즐겁지만

여행 일정을 제대로 완수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여행일정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날 즐기는 보상의 시간

그 시간이 바로 쇼핑! 쇼핑데이인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스페인에 가야 하면 사야 할 것', '스페인 쇼핑리스트'등

폭풍 검색을 했다.

일하다가 힘들 때도 잠시 인터넷 서치를 하고,

짜증 날 때도 쇼핑 검색하며 여행 기간 중 내게 어떤 보상을 해줄지 기대가 컸다.

스페인 아웃렛에 어떤 물건이 있을지 틈만 나면 유튜브 블로그를 뒤적였다.

행운의 득템 기회가 내게도 오길 기대하며.


아침 일찍 눈을 뜨자 오늘 할 일은 쇼핑할 것 밖에 없다는 생각에

행복함이 밀려왔다.

일정고민을 할 게 없다.

아웃렛 갔다 오는 것뿐이다.

득템의 운은 하늘에게 맞기며.


예전에 혼자 배낭여행 갔을 때 바르셀로나 라로카아웃렛에 간 적이 있었다.

좋은 기억은 없다. 물건 살게 없었다는 말이다.

그때 산 제옥스 신발은 잘 신지도 않는다.

물론 그때 내가 쓰는 쇼핑단가는 매우 저렴했다.

비싼 명품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쓸 생각을 하고 가는 것이다.

특히 몽클레르! 아직도 몽클레어인지 몽클레르인지 아직도 발음도 헷갈리나

그리 따뜻하다는 몽클레르를 이번엔 사고 싶었다.

나도 왼쪽 팔뚝에 그 하얀 로고가 박힌 옷을 한번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몽클레르와 막스마라와 로에베! 그 득템을 향하여 조식을 든든히 챙겨 먹고 아웃렛 행 첫차를 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아웃렛 행은 공식 셔틀버스와 사설 셔틀버스가 있다.

늦게 예매하는 바람에 공식 셔틀을 못 타고 사설을 예매했다.


그런데! 아뿔싸!

실수였다.

아웃렛에 가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진을 뺄 걱정을 했지, 버스를 탈 때부터 진을 뺄 줄은 몰랐다.



KakaoTalk_20260128_100342241.jpg 아웃렛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엄마. 나중에 일어날 난장판은 생각지도 못했다.



셔틀버스 탈 때부터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징조는 있었다.

일찌감치 도착한 엄마와 나는 줄을 섰다. 그리고 뒤에 한 10명 정도가 줄을 섰다.

그런데 그 줄이 얼마 안 가 사라졌다. 줄을 서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대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버스도착은 여기에 불을 지폈다.

그나마 줄 서 있는 곳으로 차를 대지 않으면서 줄이 순간 무너져버렸다.

사람들이 차를 타기 위해서 전쟁을 치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와중에 담배를 피우며 사람들 사이에서 버티는 여자도 있었다.


KakaoTalk_20260128_111152792.jpg 바르셀로나 라로카빌리지 아웃렛 셔틀버스, 사설입니다.


좌석이 정해지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다.

결국 기다리던 사람 중 절반은 다음 차를 기다려야 했다.

첫 차의 난장판을 기억한 사람들이 제대로 줄을 설까? 궁금하긴 하다.

엄마는 다시 한번 나를 칭찬했다.


"일찍 나서기를 잘했네"


그 와중에도 맨 앞 좌석에 앉아서 사람들의 난장판을 지켜본 것은

나의 부지런함 덕분이기는 한다.

물론 내가 간 날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특별한 이벤트 기간에는 가능하면 좌석이 미리 지정되는 공식 셔틀버스를 타기를 권한다. 가능하면이 아니라 무조건!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몽클레르로 가야 한다!

엄마의 손을 이끌고 단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차마 달리지는 않았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랄까.

다행히 매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물건도 많았다.

매장 직원들의 무관심 속에 옷도 마음껏 입어봤다.

그런데 가격이... 240만 원? 물론 이 옷은 한국에서는 5백만 원 가까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정작 가격표를 눈으로 보자 마음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가격에? 이 옷을? 담뱃불에 스치기만 해도 펑크 나겠는데?

너무나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면 모르겠지만 딱히 그런 것은 아닌 상황에서 고민이 시작됐다.

몽클레르 패딩의 번들거림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욕망으로 기름진 내 마음의 번들거림인가...


"마음에 들면 하나 사라!"


라고 말을 거는 엄마도 입술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들었다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한국인 커플은 몇 개를 사가는지 쇼핑백을 두 개를 들고 나선다.

그래.. 신혼여행 와서는 하나 지를 수 있지. 인생에 한 번뿐인데..

(신혼여행객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 번의 방문에도 결국 몽클레르는 사지 않았다.

이미 이번 여행에서 비즈니스를 끊으면서 씀씀이가 커졌다.

엄마를 위한 비즈니스 비용은 아깝지 않지만 왠지 몽클레르는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나는 옷이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결국 스페인에서는 가방도, 옷도 당초 계획했던 것은 사지 못했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이 아니었으면 오히려 물건이 많을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이즈가 다 빠지고 없었다.

다행히 살로몬 신발은 샀다. 그리고 매우 편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왜 엄마랑 나 두 켤레밖에 사지 못했는가 한국에 와서 후회했다.

가격도 저렴했는데 말이다.



아직 나는 쇼핑 간은 작은가 보다.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웃렛 쇼핑은 폭망 했지만, 스페인의 유명한 올리브오일은 최고급으로 샀다.

(비즈니스라 수화물도 한명당 32kg 2개나 됐지만 나중에 재어본 나와 엄마의 캐리어는 각각 15kg, 18kg이었다..)

그래 꾸미는 것보다는 건강이지. 몸이 중요하지.

나이가 들어가니 나의 소비 기준에도 변화가 생겼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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