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9시에도...
"뭘 그리 일찍 자냐? 할매냐?"
보통은 10시 좀 피곤하면 저녁 9시부터 잔다고 하니 지인이 이해 안 된다며 한마디 한다.
"그러니까 네가 사회생활을 못하는 거야!"
굳이 나이 오십이 다 된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잘할 이유는 없다.
술상무하거나 인맥 넓힌다고 이 약속 저 약속 잡을 이유가 없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가면 인간관계를 정리해야 할 시기지 넓힐 시기는 아니다.
내가 무슨 사장이나 회사 임원이 돼 윗분들의 눈치를 보거나 수발을 들어야 하는 처지도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런 면에서는 승진을 하지 않는 것이 (못하는 것이) 오히려 낫긴 한 것 같다.
요즘 들어 정말 일찍 잠이 든다. 잠이 온다.
우선 몸이 느낀다.
저녁 8시가 되면 눈이 뻑뻑해지고 눈뜨기도 피곤하다.
혹시 늦게 코스트코 장이라도 보러 가면 눈이 피곤해서도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든다.
늙어서 그런 건가.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가.
아침 필라테스와 점심 헬스를 한 날 저녁은 더더욱 그렇다.
저녁 9시가 마지노선이다.
굳이 졸린 눈을 비비고 버틸 이유도 없어 침대에 승복한다.
눈을 감자마자 언제 잠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요즘엔 중간에 화장실 가려고 깨는 일도 없다.
그렇게 한참을 자다 일어나면 알람도 없이 새벽 5시에 눈을 뜬다.
할머니...
같은 아파트에 노부부는 저녁 7시면 잠들고 새벽 4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도대체 왜 그렇게 일찍 잠드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내가 지금 그 노부부의 삶을 닮아가고 있다.
할머니...
그런데 주위엔 오히려 잠을 못 자는 것이, 잠이 안 오는 것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나는 오히려 복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
할머니의 삶을 벌써부터 살고 있다고 놀린다.
그러면 한 마디 한다.
너네들 성공한 사람들 삶을 봐! 대부분 일찍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나서 남들 잘 때 책 읽든 공부하든 글을 쓰잖아! 내 삶이 딱 그 성공한 사람들의 루틴과 비슷하다고!
그렇지만 그들은 여전히 비웃는다.
할머니!!!
요즘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 않다.
새벽에 일어나는 삶이 좋다.
그런데.. 정말 사회생활은 포기하는 것 같긴 하다.
내가 승진을 기대하지 않은 이후부터
일찍 잠드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니까...
할머니 같다는 소리가 아니라 성공한 사람의 삶과 닮기 위해서는
새벽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
목욕탕이나 갈까?라는 생각을 지우고(진짜 할머니!)
글을 쓰던 책을 읽던 해야겠다.
그래야 진정 나의 이른 새벽 기상이 의미가 있어지니까 말이다.
사회생활은 포기하더라도 내 인생의 포기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