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온실이고 우리는 화초 중의 화초였다"

-32년 근무 선배는 이렇게 말하고 떠났다.

by 집녀

30년 넘게 회사를 다닌 선배를 위한 간단한 감사패 전달을 했다.

일과 중 만든 시간이라 다른 사람들은 다시 업무에 복귀하고, 그나마 한가한 나와 선배 둘이서

차를 마시며 한참을 얘기하게 됐다.

평소에 친했냐고? 전혀 아니다.

그렇지만 회사를 떠나는 선배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들어주자.

선배는 관광버스 운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임금피크제로 회사를 나오지 않을 때부터 버스 운전을 시작한 것이다.

예전 IMF 때 회사에서 강제 휴직을 당했을 때 하던 일이라고 한다.

군대에서 운전병이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며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버스운전을 떠올렸다고 한다.

회사 다니면서 선배는 캠핑차를 몰았다. 버스를 개조해 캠핑을 다니곤 했다.

그때는 겉멋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회사를 나가서 버스 운전이 제일 맞는 일이라 생각했으리라.


"세상에 돈 버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선배는 버스 운전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꺼냈다.

관광버스 운전을 맡으면 휴게소에서 사람들이 접근한다고 한다.

물건을 팔려고 버스 기사에게 요청하고 오케이 하면 버스에 탑승해 짧은 시간 안에

탑승객들에게 물건을 판다고 한다. 안 살 것 같은데 짧은 시간 안에 요령껏 파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한다.

물론 기사에게 주는 팁은 덤이다.

버스 청소만을 맡은 사람들도 있단다.

일과를 마친 버스 청소만을 맡아서 짭짤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 얘기도 해준다.


"별의별 방법이 다 있어. 돈 버는데 자존심이고 뭐고 없어. 그렇게 버는 돈이 회사 다니는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어. 회사에서 정해진 일하고 돈 받는 우리들은 말이야. 온실 속에 화초, 그중에서도 제일 곱게 곱게 길러진 화초야"


벌써 선배는 이 회사 사람의 색채는 옅어지고 버스운전기사로서의 모습이 짙어졌다.

온실 속의 화초... 많이 듣던 말인데 상투적인 말인데... 선배가 앞서 사례들을 나열하며 결론을 이어 주니 더 마음에 와닿았다.

회사라는 테두리가 없을 때에 돈을 버는 방법은 보다 적극적인 행위가 필요한 것이다. 그 적극적 행위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사람이 사회에 홀로 내팽겨졌을 때 해낼 수 있을까?


선배는 목에 디스크가 왔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노후자금에 균열이 생길까 두렵다고 했다.

선배는 이 일을 한 10년은 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연금 비수기를 버텨내기 위한 방법일 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버스 운전을 하면서 술담배도 안 하고 쉬는 시간 잠깐식 운동도 한다고 한다.


드라마 미생에 그 유명한 말이 나온다.

"직장이 전쟁터라면 직장 밖은 지옥이야"

어찌 됐든 직장에서 버티라는 말이다.

고정적인 양질의 월급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빨리 깨닫고 최대한 버티라는 것이다.

퇴직하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며 내게는 무슨 기술이 있는지 생각해 봤다.

'없다'

열심히 회사 생활을 버텨야겠다는 생활을 한다.

물론 언제 잘릴지, 언제 나가라고 강요당할지 모를 상황을 생각해

재테크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떠나는 선배의 모습에 응원을 보냈다.

제2의 인생이 험하지 않기를

더 돈을 많이 벌어 웃으면서 밥 한 번 사겠다고 회사 앞에 나타나기를

조용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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