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외롭지 않으려면 모임을 들어."
주말에 만난 이모가 내 얼굴을 보더니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
아마 내가 한 말 때문이었으리라.
"이모 난 요즘 저녁 10시 전에 자. 평일에 약속 절대 잡지 않아"
이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듯한 나의 요즘 생활패턴을 듣고
뭐라도 조언을 해주고 싶었나 보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모는 예전에는 난자냉동도 권유했었다.
내게 이런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는 이모를 나는 정말 좋아한다.
이모는 참 사회성이 좋다.
외사촌 동생(이모 아들)의 결혼식 때 온 사람들을 보고.
예전 이모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찾는 조문객들을 보고 느낀 바다.
'아는 사람이 참 많구나'
예순다섯을 넘기고 일흔 살을 향해가는 이모는,
항상 주말마다 지인들과 돌아다니기 바쁘시다.
그런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이모가 나의 단절된 삶을 보고 답답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런데 나는 모임이 없어도 외롭지 않다.
오히려 모임에 가면 외로움을 더 느낄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에 행복과 위안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철저히 혼자 있을 때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가 나다.
약속이나 모임일정이 정해진다면 그 순간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차라리 번개 모임이 낫다.
만날 시간까지의 스트레스가 덜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에 약속을 하면 일주일 내내 만남의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한 시간 전에 약속을 하면 한 시간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된다.
만나는 사람이, 모임의 사람들이 싫어서가 절대 아니다.
'만나야 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싫다.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모는 노후의 상황은 다르다고 한다.
그때는 정말 만날 사람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모임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나는 굳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핸드폰에 저장한 사람들 중에 회사를 그만두면 남겨둘 연락처는 손꼽을 정도다.
굳이 연락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
회사 생활을 그만 두면서 일부러,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만남들을 정리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신나는 일일 것이다.
내 노후의 삶이 외로울 것 같아 이모는 한 말이지만
나는 노후에 외롭지 않을 것이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위로와 사랑도 좋지만
굳이 사람들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는 것
그것이 아마 내가 노후에 집중할 일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