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다.

by 집녀

왠지 모르겠다.

비가 오면 좋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다.

처져도 될 것 같다.

날이 맑으면 어디 가야 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비가 오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 느낌을 처음 받은 것은 미얀마를 여행할 때였다.

8박 9일 4개 도시라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야간버스 이동이 두 번이었다.

지금이라면 결코 못했을 그 일정을 어린 나는 소화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어려도 힘들기는 한 일정이다

인레호수 마을에 새벽 3-4시쯤 에 도착했다.

잠시 세네 시간 눈을 붙이고 그날 오전부터 트래킹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새벽에 창밖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봤더니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일정이 뒤틀리는데...

그런데.. 좋았다.


'이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비 오는데 어떻게 트래킹을 하겠는가!'


비가 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되돌아보면 미얀마 여행 내내 가장 좋았던 순간 베스트 3에 들었다.

아.. 쉼이 필요했는데 너무 달렸구나.

비가 허락해 줬구나.

그 이후였다.

비가 오면 좋았다.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그날 날이 개면서 오후로 일정을 돌려 트래킹을 했다만)


오늘 하루 종일 날이 흐리고 점심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기분이 좋다.

이런 날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용서를 받는 기분이다.

원래 평일에는 아무것도 안 하지만

그래도 더더욱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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