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어흥 운다. 그럼 사자는?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가장 처음, 가장 많이 읽어주는 내용이 동물에 대한 내용 같다. 고양이, 강아지, 오리, 양, 젖소, 말, 코끼리, 그리고 호랑이. 온갖 동물들의 소리를 담고 있는 소리책과 그 소리를 사람의 언어로 내뱉어야 하는 낱말 카드들. 아기에게 엄마, 아빠 다음으로 친숙한 존재는 책 속의 동물들이지 않을까.
오늘도 7개월 아기와 놀 것을 찾다가 동물들의 사진이 있는 낱말카드를 펼쳐보았다. 막힘없이 동물들의 소리를 들려주다가 "호랑이는 어흥", "그다음은 사자, 사자? 사자는... 어... 사자도 어흥인가. 사자는 으르렁?" 똘망똘망한 아기의 눈빛이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와닿았다. "아 그다음은 고양이야, 야옹" 그렇게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나는 30여 년을 살면서 호랑이와 사자의 울음소리 차이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다. 왜 궁금하지 않았을까. 그게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는 사자가 나오지 않아서일까. 라이온 킹에서는 사자가 말을 하니까? 누군가에게 설명할 일이 없었기 때문일까.
사자와 호랑이 울음소리는 다르다. 들으면 알지만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기는 "어흥"으로 혹은 "으르렁"으로 표현될 뿐이다. 그 한계를 인식하는 순간, 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내 입에서 나가는 언어의 크기가 곧 아이가 만나는 세상의 크기가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내가 표현하여 설명하는 만큼, 아기는 딱 그만큼의 세상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