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회, 8월 중순에서 10월 말까지
2023년 1월 초, 나는 출산을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커튼 사이로 내리는 눈을 보며 아기와 집에 갈 날을 기다리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만큼, 지금은 7개월 아기와 무더위에 지쳐가는 중이다.
온종일 아기와 씨름하고 아기를 재울 저녁시간이 되면 하루 종일 튼 에어컨 바람에도 시원함 대신 답답함이 느껴진다. 에어컨을 끄고 끈적끈적한 몸으로 아기와 살을 부대끼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그 시간은 나에게 남아있던 인내심의 바닥을 시험하는 시간이 되고 만다.
아기 방 창문은 큰 도로와 접해있어서 아기가 방에 있는 시간에는 창문을 열지 않는다.
여름의 열기와 각종 먼지가 뒤섞여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에 열지 못했는데, 2023년 8월 중순의 그날은 창문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창문을 연 그 순간,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에 나는 다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는 아기에게 귀뚜라미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가을이 오나 봐. 가을이 오면 바람이 선선해지고 곡식이 무르익는단다. 그리고 매미대신 귀뚜라미가 울어." 아기는 귀뚜라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서 잠이 들었다. 문득 귀뚜라미는 언제부터 우는 걸까 궁금해져서 지식백과를 찾아봤다.
연 1회, 8월 중순에서 10월 말까지 나타난다.
'아 정말 가을을 알려주는 곤충이네'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기와 보낸 첫여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아쉽게 느껴졌다. 지난봄 아기는 누워서만 놀았었는데 지금은 배밀이를 하며 기어 다니고, 나는 지난봄이 벌써 가물가물 해졌기 때문이다.
이 여름이 지나고 8월 중순에서 10월 말까지의 시간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시간일 테니 나는 또 이 여름을 가물가물하게 기억할 것이다. 아직 남은 무더위를 즐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을의 시작을 알려준 귀뚜라미와 함께 10월 말까지의 하루하루를 잘 보내보자라는 마음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