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백숙과 아기

닭은 원래 짠맛이 난다.

by 윤 그리고 연

나는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결혼을 늦게 했다. 그리고 그들보다 아기도 4-5년 늦게 낳았다.


내가 결혼하지 않았던 시절, 단톡방에서는 각종 육아 정보가 오고 갔고 나는 그 단톡방의 알림은 꺼두곤 했었는데 그때 친구들의 화두는 아기의 먹고, 놀고, 잠자기였다. 그걸 먹.놀.잠이라고 줄여 불렀는데 특히 그중에서도 먹이기는 난이도가 꽤나 높아 보였다. 친구 중 한 명은 특히나 더 힘겨워했는데 아기의 기질이 조금 까다로워서 먹는 것이 유독 어려웠던 것 같다. 첫 아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탈모까지 온 걸 보면 그 당시 그 친구가 받은 스트레스는 직장의 미친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에 맞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아기가 생겨 먹.놀.잠은 나에게도 어느새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어른들도 매일 밥맛이 좋지 않듯이 아기도 매일 잘 먹을 수는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안 먹겠다는 도리도리가 지속되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이유식이 원망스러워진다. '하, 분유만 먹을 때가 편했구나, 그때 내 친구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먹일 방법을 궁리한다.


그러다가 남편과 먹을 닭백숙을 줘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복은 한참 지난날이지만 여전히 무더위가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 아기에게 줘야 하니 간을 하지 않은 닭백숙이었다. 다행히 아기는 잘 먹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닭은 원래 짠맛이 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동안 간을 하지 않은 닭백숙을 먹어본 적이 있던가. 간을 하지 않은 닭가슴살은 여전히 짭조름한 맛이 났다. 짠맛이 짠맛을 덮어 나는 원래의 짠맛을 잊고 살았지만, 그 나름의 짠맛도 충분히 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낀다는 건 이유식을 만든다거나 하는 특정한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험이었다. 아기로 인해 나에게는 오늘이 다시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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