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에도 음악의 힘은 강력하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크리에이터이자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세상. 그림판으로 그려도 참신하기만 하면 입소문을 타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티스트라 하더라도 사람들을 이끄는 게 있다면 소셜과 세분화된 수많은 매체를 통해 퍼져나간다. 시도 때도 없이 어딜 가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진짜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와 마케팅이란 어떤 것일까.
'잘되는 콘텐츠'의 비결에는 수만 가지가 있겠지만 스페이스 오디티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확실하다. 브랜디드 콘텐츠 - 그중에서도 '음악'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와 브랜딩이다.
최근 디지털 마케팅연구회가 발표한 ‘2018년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및 10대 키워드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광고에서 ‘브랜디드 콘텐츠 광고(52%)’가 가장 주목할 분야로 지목됐고, 소셜미디어 마케팅 분야에서도 ‘브랜디드 콘텐츠(49%)’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1)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란, 쉽게 말해서 브랜드가 녹아든 콘텐츠를 말한다. 기업의 브랜딩을 콘텐츠에 입히는 것이다.(2)
예를 들면 이런 것.
오케이고(OK Go)의 뮤직비디오는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된다.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크리에이티브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 때문. 지금까지의 MV들을 보면 그냥 예술이다. 지난 11월 말, 가장 최근에 나온 뮤직비디오는 제지회사 더블에이(Double A)와 협업했다.
총 567대의 프린터가 동원된 '세계 최초의 페이퍼 맵핑 뮤직비디오'로, 이 영상의 주인공은 단연 더블에이 용지다. 뮤비를 촬영하는 동안 "부드러운 종이 덕분에 한 번도 프린터에 걸린 적이 없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자발적인 공유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우와' 하면서 뮤비를 모두 감상하고 나면 가장 마지막에 이런 화면이 나온다.
무언가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앞서는 게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매력으로 먼저 접근하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도 광고라는 큰 거부감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관계를 맺게 된다. 브랜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 조금 더 관심이 생기고 좋아지기도 한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처음 생길 때부터 음악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스페이스 오디티 파운더인 Beck은 물론이고 전 멤버들이 음악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쫓아온 사람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스페이스 오디티가 하는 모든 일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콘텐츠의 다양한 툴 중에서도 '음악'은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이라는 다른 콘텐츠와 결합할 수 있고, 다양한 플랫폼에 쉽게 적용이 가능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음악은 집중도가 꼭 높을 필요가 없고 멀티가 가능하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중에서도 가장 반복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브랜딩의 관점에서 음악이 지닌 강점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성격을 표현하고,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 고객과 감성적으로 커넥션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와 로열티를 높일 수 있다
- 음악만큼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이끌어내기 효과적인 것도 없다
덤덤하게 영상을 보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감정이 잡힌다. 비주얼적인 요소와 결합되었을 때 음악은 감성적으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자칫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스토리와 비주얼, 텍스트 등의 다양한 요소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도 음악이다.
음악은 다른 콘텐츠와 결합하기 좋은 콘텐츠,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데뷔 플랫폼, 이종교배 플랫폼
그리고 비어있는 캔버스가 될 수도 있다
- 스페이스 오디티 김홍기 대표
스페이스 오디티가 기획하고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는 모두 '음악'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멜론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보면, 스페이스 오디티의 뮤직 브랜딩이 잘 드러난다.
멜론은 나만의 차트를 비롯한 개인화 데이터 서비스와 점차 인공지능으로 향하는 스마트i 기능을 알리고 싶어했다. 우리는 13살 멜론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유저들이 멜론에 더 애착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비스를 감성적으로 풀기 위해 우리는 멜론이 주인공인 브랜드 필름을 각각 남녀의 시각으로 만들었다.
멜론이 우리나라 대표 음악 서비스인만큼 음악과 관련된 크리에이터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독특하게 멜론의 브랜드 필름은 에이전시 대신 스페이스 오디티가 기획했고, 광고 프로덕션 대신 뮤직비디오 감독이 찍었으며, 카피라이터 대신 작사가가 가사와 광고 카피를 썼다. 여기에 프로듀서와 뮤지션들까지 함께 했다. 단순히 브랜드와 잘 맞는 음악을 찾아 쓰는 것을 넘어 멜론 시점의 노래까지 만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기획과 멜론의 브랜드 색깔을 구현하기 위해 드림팀이 꾸려졌다 - 에이프릴 샤워 필름, 콧수염필름즈; 작사가 김이나, 서지음; 프로듀서 이단옆차기, 1601; 포토그래퍼 전명진; 아티스트 곽진언, 정은지; 배우 이설, 박정우까지.
1편은 잊고 있었던 노래를 '나만의 차트'를 통해 추천해주고,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하는 음악을 통해 '우정'을 강조했다. 노래 가사도 '마니또'라는 키워드로 표현해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2편은 '연애'라는 키워드로 이어서 표현해 남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확장시켰다. 멜론에 쌓여있는 음악 데이터로 추억은 '고스란히' 남아 '우리 지난 날의 온도'로 기억한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특히 '우리 지난 날의 온도' 에필로그 영상에 '에휴'하고 한숨을 쉬면 '곽진언-고스란히' 노래가 나오며 위로를 해주는데, 실제로 멜론 앱에서도 '에휴'라고 하면 '고스란히'가 나오도록해 현실 속에서도 영상의 이야기를 반영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이라는 차가운 키워드 대신 "언제나 내겐 마음을 읽는 친구가 있었다", "사랑은 떠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따뜻하게 와닿는 말들을 작사가들과 찾아냈고, MV감독들의 감성으로 영상에 담아냈다. 멜론 유저들에게 친숙한 가수들이 멜론의 목소리를 맡아 멜론의 음악 서비스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Melon Brand Film vol.1 언제나 내겐 마음을 읽는 친구가 있었다
Melon Brand Film vol.2 우리 지난 날의 온도
스페이스 오디티의 뮤직 브랜딩은 단편적인 광고나 마케팅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영상+음원+마케팅 콘텐츠'가 적극적으로 묶여 하나의 스토리를 전달한다. 음악을 통해 다양한 접점에서 입체적으로 브랜드의 스토리를 전달한다.
SNS에서 브랜드필름을 통해 멜론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멜론의 이야기를 직접 멜론에서 노래로써,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통로를 열었다. 노래에 대한 리릭비디오(Lyric Video)를 만들고, 브랜드 필름에 있는 수만개의 댓글과 사연들을 오리지널 영상에 편집해 브랜드 콘텐츠를 2차, 3차, 4차 등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티저는 영화 예고편 같은 포맷으로, 공개 전부터 연관 검색어 키워드에 오르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본편은 향수를 자극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데미소다, MP3, 스티커 사진, 싸이월드 대문에 프리스타일-Y, 키네틱 플로우-몽환의 숲까지. 싸이월드를 써봤던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디테일로 브랜드 필름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뿌듯했던 반응들
'우리 지난날의 온도'의 스토리와 감정은 멜론의 브랜딩을 위해 기획하게 된 노래인 '곽진언-고스란히'에서도 이어진다.
이후 브랜드 필름과 노래는 다양한 해석 콘텐츠와 팬아트 등의 자발적인 콘텐츠로 파생되었다. 현재까지 '우리 지난날의 온도'는 총 700만 이상의 뷰를 기록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껴지듯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내가 누구인지를 나타낸다. 단순 판매하는 목적을 넘어 브랜드들 역시 팬을 갖기 시작한 지 오래다. '팬'을 가진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멜론 캠페인을 진행하며 우리가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멜론의 팬'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물론 '스페이스 오디티의 팬'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
음악은 브랜드가 러브마크가 되는 가장 쉽고 자연스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배캠에 나왔던 문구이자 요즘 스페이스 오디티 내에서 자주 회자되는 문구로 글을 마친다.
100번 이상, 10년 이상 본 영화는 없지만,
음악은 100년 동안 유행하기도 한다.
눈은 새로운 걸 따라가지만, 귀는 익숙한 걸 따라간다.
- 배철수의 음악캠프 중
*스페이스 오디티 웹사이트 블로그에 썼던 글을 브런치에도 발행합니다 :)
참고 링크
(1) 2018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10대 키워드 http://digitalretail.co.kr/4337-2/
(2) 네이버 지식백과 용어로 보는 IT https://goo.gl/AgZm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