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로하융 Sep 28. 2015

엘피로 음악을 듣는다

5년 전쯤부터인가 엘피를 모은다. 

집에서 부모님이 쓰던 오래된 턴테이블을 발견한 이후로.


망가진 턴테이블을 들고 수리하러 가던 날

수리비랑 새로 사는 게 거의 비슷해서 바늘만 살려서 중고 턴테이블을 사왔었다. 

갑자기 눈이 내리는 바람에 눈이 소복하게 쌓인 길을 

무거운 턴테이블을 들고 낑낑대면서 택시를 타던 게 기억 난다. 

무거워서 팔이 빠질 것 같았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이후엔 벼룩시장이나 중고 엘피매장에서 엘피를 뒤적거렸다.

유재하, 김현식 엘피를 장당 3-4천 원이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구하기도 하고.

좋은 음반을 사게 될 때면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이후엔 듣고 싶은 음반을 엘피로 사서 듣는 게 좋아졌다.



내가 사온 엘피들 이것저것 듣다가 다 듣고 이제 뭐 듣지 싶을 때, 엄마 아빠가 보관해오던 엘피들 중 아무거나 꺼내서 듣는다. 


무슨 음악인지 모르고 그냥 무작정 틀어볼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발견한 음반에는 레오나드 코헨 것도 있고 에디스 피아프 것도 있다.





낡아서 퀘퀘해진, 또는 산지 얼마 안된 새 음반 커버에서 조심스럽게 엘피를 꺼낸다. 

먼지를 닦고 턴테이블에 올린다. 바늘을 올리고 조금 기다리면 노래가 흘러 나온다.

이런 절차가 음악을 듣기 위한 어떤 의식?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참 단순한 이유지만

엘피가 커서 좋다. ㅎㅎ 커다란 아트웍과 음악을 같이 보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내 오래된 턴테이블


아무튼 이번 연휴에도 난 엘피를 듣고 있다. 

듣다 보니 글이 쓰고 싶어 졌다. 


엘피를 닦아서 턴테이블에 얹히고 바늘을 올리는 순간이 좋다. 

스피커에서 가끔 들리는 모닥불 타는 소리가 그렇게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