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되고있어 #중독성갑마미손관찰기
슬럼프. 글 쓰기 슬럼프에 빠졌다. 예전만큼 글이 잘 안 써진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쓰고 싶은 것도 진짜 많은데 생각만 많이 하고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육헌님도 비슷한 글을 썼는데, 어찌나 공감했는지.ㅋㅋ
이 와중에 갑자기 쓰고 싶은 주제가 생겼다. 보름 전 두 번째 버닝맨을 다녀온 이후 가장 영감을 준 인물이 생긴 것이다. 그는 바로 요즘 장안의 화제인 마미손.
최근 본 컨텐츠 중에 가장 기발하고 재밌다. 아직도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설명할 때도 재밌어서 그런지 아직 안 본 사람이 있으면 마미손 봤냐고 보여주고 다닐 정도였다. 진짜 천재라고 생각했다. 마케팅 천재. 컨텐츠 천재.
아... 이 주체할 수 없는 똘끼... 그동안 어떻게 숨기고 살았나요 맫씨...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이 뮤직비디오를 3번 정도 봤을 뿐인데, 진짜 무서운 게 가사가 자꾸만 생각난다. 댓글을 보면 이런 현상을 겪고 있는 게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딥 넉살 더콰 창모 악당들아 기다려라."
"계획대로 되고 있어.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요즘 나는 이 두 부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루에 몇 번씩 생각난다 ㅠㅠ (누가 좀 멈춰줘) 심지어 어제 중요한 가족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도 자꾸 생각났다. 정말 킬링 파트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맴도는지 ㅋㅋ 배기성을 피처링으로 쓴 것도 신의 한 수. 뮤직비디오도 너무 잘 만들었다. 가사가 궁서체인 디테일 어쩔. 어떻게 이렇게 모든 장면이 웃길 수 있지. 마냥 웃다가 감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쇼미 777을 보면서 처음에 '저 복면을 쓴 사람은 누굴까. 왜 저러고 나왔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서는 나온 거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마미손은 이런 얘기를 했다. 자기 안에는 수많은 모습들이 있는데, 복면을 씀으로써 자기 자신을 규정짓고 제한시키는 것들을 깨고 싶었다고.
이 이야기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우리도 속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내재되어있는데 사회가 규정지어놓은 '나'에 맞춰서,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서 행동할 때가 있지 않나. 더군다나 아티스트명을 따로 가진 연예인이라면 더 심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알고 있는 ㅇㅇㅇㅇㅇ'을 가리고 나온 마미손의 이야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하고 공감이 갔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심사를 봤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자로 나오는 것도 대단한데. 이제 누군지 다들 알았으니 복면을 벗으라고 얘기해도, 그 폭염 속에서도 끝끝내 복면을 벗지 않고 고집하는 모습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한정 짓는 것을 깨기 위해, 그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맫...(#그의이름을말해선안돼)로써 참여한 게 아니라 마미손으로 참여한 거니까.
그러나 그는 멋지게 등장해서 장렬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설마설마하고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개성 넘치는 천몇 명의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제일 튀게 복면을 쓰고 나온 그는 가사를 절었고, FAIL이란 거대한 전광판 글자와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 방송으로 보는 스튜디오는 갑분싸가 된 것 같았다. 티비로 보는 나도 갑분싸가 되었는데 현장은 오죽했을까. '헐 어떡해'하며 보고 있었는데... 그는 매우 쿨하게 답했다. 오히려 후련하다고. 심사위원들도 멋있었다고, 도전하는 게 대단하다고 리스펙을 보냈다.
... 그렇게 마미손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질 줄 알았다. 그 직후 이런 걸 보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한 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팬이에요 마미손 씨.
자신을 탈락시킨 프로듀서들은 이 뮤비 속에서 악당이 되었다.ㅋㅋㅋ 차례대로 디스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고 웃기다. (뭔가 귀엽기도 하다. 캐릭터 설정을 너무 잘했다.) "내가 여기서 멈출 것 같냐. 인생은 길고 내 노래도 길어."라고 말하는 마미손에게 어느덧 나는 빠져들고 있었다.
이 캐릭터는 다른 사람이 아닌 맫씨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아예 새로운 누군가가 이렇게 등장했다면 이렇게까지 공감이 가고 몰입이 되진 않았을 것 같다. 마미손은 그동안 그가 힙합 아티스트로써, 쇼미 심사위원으로서 보여준 모습과는 너무나 상반된 캐릭터다. 그런데 이상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가 '마미손'으로 복면을 쓰고 나온 이유가 공감이 가고 납득이 가듯이, 그 연장선상에서 '소년 점프'는 그가 마미손으로 나왔던 이유를 너무나 잘 증명한다. 나 역시도 부드러운 이미지에 사랑꾼으로 그를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런 사람이었다니...ㅋㅋㅋ 사람이 다시 보였다.
자신의 똘끼를 방출하기 위한 캐릭터를 만들었고, 방송을 통해 그 캐릭터를 소개했지만, 그 모습을 보여주기도 전에 떨어져 버렸다(...) 방송에서는 힐끔힐끔 똘끼스멜만 느낄 수 있었다면 진정한 그 캐릭터의 모습이 나온 건 방송에 떨어진 이후다. '또 다른 나'를 보여주고 싶다던 그는 쇼미에서는 떨어졌을지언정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는 성공했다. 사실 핵펀치를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ㅋㅋ 소년 점프 뮤직비디오는 일주일 만에 조회수 500만이 넘었고, 구독자는 11만 명이 넘었다.
이쯤이면 일부러 떨어진 거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하긴 마미손도 얘기하진 않는가. "계획대로 되고 있다"라고. 그런데 일부러 그랬을 것 같진 않다. (그 폭염 속에 한 번에 떨어지기 위해 핑크색 복면을 쓰고 생고생할 사람이 있을까. 물론 보통 사람이 아니라 마미손을 얘기하고 있는 거니 다를 수도 있겠지만) 떨어진 이후에 이런 컨텐츠를 기획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래도 대단하고, 만에 하나 의도했더라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마미손이 궁금해진 나는 유튜브도 구독하고, 인스타도 팔로우하고, 사운드 클라우드에 있는 노래들도 들어봤다. 맫씨 인스타도 팔로우 안 하고 있었는데 마미손 때문에 팔로우했다(...) 이게 정말 계획된 거라면 이 시대의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컨텐츠 천재가 아닐까 ㅋㅋ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게 우승도 중요하지만 도전한다는 자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오디션에 떨어졌다고 해서 자기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게 되는 걸까.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 방향은 의외로 또 있지 않을까. 떨어졌어도 역으로 방송을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함? 에, 컨텐츠의 유쾌함에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너무 웃기지만 진지하게 보아도 컨텐츠, 마케팅 관점으로 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마미손 덕분에 글쓰기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약간의 덕심으로 재미있게 썼다. 나는 정말 슬럼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글은 쓰는데 별로 막힘이 없었다. ㅋㅋㅋ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걱정하기 전에 마미손처럼 그냥 해보는 거다. 글이 안 써지는 수렁에 빠졌으면, 뭐든 일단 그래도 무작정 그냥 써보는 거다. 그래서 나도 이 글을 시작으로 다시 열심히 쓸게요 다짐해본다. 꿈과 희망을 일깨워준 소년 점프^_^... 음원 나오면 대박 날 것 같다.
모험은 시작됐어. 마미손 가자. 렛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