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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융 Nov 12. 2015

새 스타트업 출근기

새로운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한 지 20일째

회사를 옮긴지 어느덧 3주가 되어갑니다.

외국계 스타트업에서 아직 서비스도 안 나온 국내 스타트업으로 옮기면서, 전회사에서 겪었던 인상적인 경험에 대해 썼었는데 그 글이 4000번 이상 공유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D-20. 뜻 밖의 책 선물.

2015년 추석. 우리 집에 소포 하나가 배달됐다. 나는 교보문고에서 책을 주문한 적이 없는데.

알고 보니 내가 새로 들어갈 회사가 나에게 보내준 책 선물이었다.

총 네 권의 책이 들어있었다. '우리 집에 있는 것도 있는데, 내가 직접 사도 되는데'하는 미안한 마음부터 들다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해서 잘 해야겠다'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책이 들어 있는 게 흥미롭기도 하면서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표님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 한 권이 바로 이 책이었다. '정의를 논하는 회사라...' 반가웠다. 언젠가 나의 가치관과 통하는 철학을 가진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마음속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D-day. 첫 출근.

첫날부터 허겁지겁 출근했다. 바로 전날까지 대만을 여행하는 바람에 피곤이 조금 쌓여있었다. 게다가 이 날씨에 웬 모기가 이렇게 많은지 모기들 웽웽 소리에 잠을 엄청나게 설쳤다. 첫날은 상큼한 모습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흑흑.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공항에 밤에 도착한 걸 안 회사가 11시까지 나오라고 해준 거다. 아침에 생각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늦게 일어나 길을 나섰다.


첫날 내 책상 위

출근한 첫날 이렇게 환영받은 건 또 처음인 것 같다. 민망해질 정도로 환영을 받았다. 책상 위에는 환영의 쪽지들과 맥북, 간식, 그리고 릴레이 드라이플라워가 있었다.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이 릴레이 꽃다발을 건네는 건 이제 내 몫이다. 회사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D+1~20. 소소한 이야기들.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를 얘기하자면 나에게 오퍼를 준 언니는 3년 전 나와 같이 홍대에서 우쿨렐레를 배우던 언니다. 우쿨렐레를 같이 배운 사람들과는 수업 끝나고 한잔씩 마시고, 다들 공연 보는 걸 좋아해서 공연장에서 연락해서 만나고 하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언니랑도 그렇게 락페나 공연장에서 서로 연락하거나 우연히 마주쳤었는데... 같이 일하는 사이가 될 줄이야. 아직도 가끔 우리는 새삼스럽게 우리가 같이 일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며 웃는다. 재밌고도 고마운 인연이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풀무원을 해준다. 가끔 풀무원 담당자님이 좋은 하루 보내라며 쪽지를 남기고 가는데 이게 또 소소한 기쁨을 준다. 작은 것이더라도 외부에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그냥 직원들을 위해서 하는 무언가가 진짜 복지 같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대청소를 한다. 내가 들어온지 바로 다음날이었나 다다음날이었는데 청소시간이 되자 갑자기 다들 일어나서 쓸고 닦고 하는 게 웃기기도 했다. 대표님 포함 너나 할거 없이 쓰레기를 비우고 빗자루로 쓸고 물티슈로 닦고 대걸레로 닦고. 왜 설거지를 할 때도 마음이 평온해질 때가 있지 않나. 다 같이 청소하면서도 약간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은근 재미있기도 하고 사람들이랑 대화도 하게 되고 잠시 머리도 휴식을 좀 취하고. 아무쪼록 좋은 문화 같다.


회사 총무님이 정말 좋으시다. 회사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친절한 루크 씨의 하루"란 꼭지를 만들어서 시리즈로 올릴까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우리가 풀무원을 안 먹고 있으면 가지고 와서 챙겨주신다. 건전지가 있냐고 물어보면 없으면 구해서 갖다 주신다.(내가 사도 되는데 ㅠㅠ) 회사에 행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자 의자 뒤에 거는 신기한 행거를 구해오셔서 여기저기 설치해주신다. 목록은 계속된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회사에 식물이 많다. 내 바로 옆자리에도 알로카시아라는 귀엽고 큰 식물이 있다. 이파리를 숨기고 있다가 어느 순간 쏙 하고 내놓는다. 엄청 귀엽다. 우리가 잘 케어 해주고 있어서 다들 예쁘게 자라고 있다.



D+20.

그동안 내가 일하면서 쌓인 경험과 네트워크, 놀면서 쌓인 경험과 네트워크가 묘하게 섞이고 있는 느낌이다. 라이프와 일이 완벽하게 구분된다기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 결국 일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온 것 같다. 평소에 좋아하던 공간과 좋아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일로써 만나고 있다. 요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다. 세상은 넓고 멋진 생각을 가진 멋진 사람과 공간과 사물은 정말 많구나. 요즘 내가 하는 일들이 재밌다. 그래서 그런지 월요일이 그다지 괴롭지 않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성장 가능성, 이 세 가지를 모두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는 곳에서 일하게 되었으니 이제 잘할 일만 남은 것 같다.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것들이 아주 많이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해야지.


1년이라는 시간.

1년은 짧지만 짧지 않은 시간이다. 지난 1년이 후딱 지나갔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약 10군데의 도시를 출장/여행으로 왔다 갔다 하고 혼자서 마케팅을 이것저것 진행하면서 내가 원했던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타트업 세계로 와서 가장 좋은 건 1년, 1년이 정말 다르다는 거다. 지금부터 1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해보면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안 간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들을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나는 아주 큰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생각만큼 잘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꿈을 크게 가질 수 있다는 것과 이런 불확실함과 도전 자체가 기대되고 즐겁다. 잘 되지 않더라도 그만큼 나에게 값진 경험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조건 버티라는 말에 대하여.

'무조건 버텨라'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이 힘들어도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무언가의 전문가로 단단하게 멋지게 성장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만약에 그 길이 원했던 길이 아니라면? 사람 성향도 다 다르고 상황도 다 다른데, '무조건'이란 말은 너무 강압적으로 들린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불평불만으로 가득하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바꿀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 같다. '버티라'는 말에 '왜?'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나오는 답변이 자신이 만족할만한 답변이면 버텨도 되겠지만 아니라면 애초에 다른 길을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어쩌다보니 회사를 여러번 옮겼다. 하지만 아직까지 후회한적은 없다.


새 스타트업으로 옮긴지 20일째.

벌써부터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쌓이고 있다.


부디 모두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만큼

멋진 결과물이 탄생하길.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곳은 '올윈'이라는 스타트업입니다. 아직 서비스 런칭도 하지 않았지만 곧 있으면 오픈할 베타 버전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을 시작한 건 3주 정도 되었지만 회사에 정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생일이다 빼빼로데이다 크리스마스다 바쁘니까 힘내라 등등의 이유로 깜짝 선물도 벌써 여러 번 받고 훈훈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소소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쌓이는 이곳에서 우리는 무언가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상품과 이벤트를 열심히 준비해보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올윈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allwinkorea/)로 놀러오셔서 좋아요를 꾹 눌러주세요.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이 진행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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