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콕, 그리고 야시카 첫롤

by 알로하융

나에게는 소울메이트와 같은 언니가 있다. 공연장 뒷풀이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거꾸로하면 서로의 이름이 된다는 이유로 (그리고 물론 음주가무를 좋아한단 공통점으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언니는 분위기 깡패다

언니가 방콕으로 이사를 간 후 지난 5월, 언니를 보러 방콕에 다녀왔다.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것이 좋고, 삐까뻔적 한것보다는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나는 유명한 관광지나 쇼핑거리보다도,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바나 거리음식, 사람냄새 나는 벼룩시장과 골목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언니는 나보다도 이러한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다.


방콕에 처음 왔을 때, 관광의 필수코스인 몇몇 장소들을 미리 방문했던 덕분에 이번에는 오로지 방콕에서의 현지인 라이프를 즐기고 올 수 있었다. 현지인들 중에서도 취향이 통하는 사람의 라이프를 들여보고 온듯한 기분으로 방콕이라는 매력적인 도시를 여행하고 왔고, 이곳에서 나는 며칠간 이베이의 광클을 통해 구입한 야시카 T4의 첫롤을 개시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방콕에서 쓴 필름들을 스캔한 나는 그 결과물에 신날 수 밖에 없었다. 색감이 어떻게 이렇게 나올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게, 나의 손을 벗어난 무엇인가를 통해서 야시카가 발휘하는 마법 같았다.


방콕에서 야시카 T4로 담은 나의 첫번째 롤을 공개한다. 모든 사진은 크롭하지 않은 무보정이다.

두번째 방문이지만, 배낭여행족들의 성지인 카오산 로드를 안갈 수는 없었다.
호텔 베란다에서 보였던 전경. 방콕은 꽤 좋은 호텔들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요즘 차이나타운이 뜨고 있다고. 셔터를 아무렇게나 눌렀는데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Studio Lam. 이곳에는 '야동'이 이름인 태국 술을 팔고 있다.
맛있고 유명하다는 레스토랑들도 많이갔는데, 호텔 앞 거리에서 먹은 까이앙이 최고로 맛있었다. 진짜 맛있는건 거리에 있다.
첫 번째 방문때 혼자서 들렸던 Zudrangma Records. 이곳에 오면 괜시리 나 자신에게 엘피를 선물해주게 된다.
방콕 최고의 핫플레이스인 언니의 집. 언니의 감성이 묻어난다.

여기까지가 나의 야시카 첫 롤이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사진을 찍고 지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장 한장 아껴찍게 된다. (그래서 내 핸드폰에는 가득한, 그 흔한 음식 사진 하나 없다.) 이 몇 장의 사진만으로는 내가 느꼈던 방콕의 매력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 순간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불러올 수 있다면 만족이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몇장의 사진들이 핸드폰으로 찍은 수많은 사진들보다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고,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