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나고 싶을 때 종종 찾던 코니 아일랜드
20살부터 5년 동안 지냈던 뉴욕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고르라면 난 어디를 고를까.
동네마다 그 매력이 너무 달라서 너무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맨하탄이 아닌 브루클린의 가장 남쪽에 있는 코니 아일랜드는 빼놓을 수 없다.
유니온스퀘어에서 N이나 Q 익스프레스 레인을 타고 가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넉넉잡고 30분 정도?
종점에 내리기 때문에 꽉 찼던 지하철이 점점 텅 비는 광경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텅 빈 지하철을 타고 혼자 코니 아일랜드로 향하고 있으면
센과 치히로에서 센이 가오나시와 함께 여행을 떠나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괜스레 더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뉴욕에 사는 5년 동안 나는 종종 코니아일랜드를 찾았다.
(내 기억 속 코니 아일랜드는 현재의 새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전이다.
지금은 레노베이션을 마쳐서 놀이기구도 많아지고 훨씬 더 화려해지고 북적북적해졌다.)
마음의 정리를 하고 싶을 때나 바람 쐬고 싶단 생각이 들면
혼자서도 충동적으로 지하철을 타고 코니 아일랜드로 향했다.
좋아하는 친구가 뉴욕을 방문할 때도,
계절과 상관없이 특별한 장소라고 데려가면 친구들 역시도 이 곳을 많이 좋아했다.
여름에 가면 그래도 사람들이 꽤 있었던 코니아일랜드는
놀이공원이 열지 않는 날이면 이렇게 사람이 없었다.
친구와 함께 갔을 땐 모래사장에 누워있다가 바다도 들어가고 맥주도 마시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놀았다면
혼자 간 코니 아일랜드는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즐기기 좋았다.
구석구석 여유롭게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고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코니 아일랜드 특유의 빈티지한 상점들의 느낌과 놀이기구들의 색깔도 너무 예뻤고.
사진 찍을 곳이 넘쳤다.
코니 아일랜드에 있는 손글씨들이 좋았다. 쓰레기통 하나하나도 모두 다르게 생겼다.
여름에는 북적대는 대로, 사람들 모두 다 휴양 온 듯한 그런 들 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지만,
겨울엔 모든 곳이 닫혀 있고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 와서 조금은 외로운 듯한 느낌이 좋았다.
사진을 보니까 생각이 나는데, 혼자 코니 아일랜드로 향했던 어느 날
정장을 입은 느지막한 나이의 신사 두 분이
정장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 두 분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인상적이어서
분명 그때도 사진을 찍었는데, 오래된 사진이라 찾지를 못하겠다. ㅠㅠ
나는 사람이 한적한 코니 아일랜드를 특히 좋아했던 것 같다.
혼자 갔을 때가 친구들과 갔을 때보다 많고
내 기억 속 코니 아일랜드는 열려 있던 날 보다 닫혀 있던 날이 더 많은 걸 보면
사진을 찍고 있으면 알아서 포즈를 취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필름 카메라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색감
코니 아일랜드의 분위기와 필카는 정말 잘 어울린다.
눈 내린 코니 아일랜드를 꼭 보고 싶었다.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린 다음날 마침 뉴욕에 친구가 방문 중이었다.
그 친구를 데리고 나와 우리는 코니 아일랜드로 향했고,
도착했을 때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친구는 뉴욕에 와서 기대하지 못했던 장면에 아주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코니 아일랜드의 요즘 사진들을 보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코니 아일랜드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그래도 이 곳만이 가진 매력은 여전한 것 같다. 빙봉이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지금은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게 기쁘기도 하다.
코니 아일랜드야 안녕 보고 싶어!
모든 사진은 다 제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모두 무보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