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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융 Mar 13. 2017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

프롤로그 - 나를 위한 오래된 앨범 같은 책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금 저는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백수 상태로 있습니다. 저는 2017년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는 한 해로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여행이 가고 싶으면 여행을 떠나고, 요가를 생활화하고, 춤을 배울 거예요. 관광지보단 현지인들을 만나며 낯선 곳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필카와 디카로 사진을 찍고,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열심히 기록할 거예요. 올해, 열심히 놀기도 놀겠지만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나씩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첫 번째 도전으로, 그동안 저에게 영감을 주었던 이야기를 묶어 책을 써보기로 했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제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실제로 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저를 위한 책'을 써보기로 했어요. 마음이 가는 대로 열심히 탐험하다 보면, 또 무언가 재미난 일이 생기겠죠? 저의 다이어리와 브런치, 메모장 등 여기저기에 기록하고 적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 곳에 하나씩 꺼내보려 합니다. 



프롤로그 -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



책을 쓰고 싶다는 은밀한 꿈이 있었다. 그 꿈은 고이고이 접어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놨었다. '언젠가는 이 꿈을 꺼내게 될까?'싶었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 꿈을 꺼내기엔 나는 다른 생각할 것들로 바빴고 (혹은 그렇다고 나 자신에게 핑계를 댔고), '내가 뭐라고 책을 써'하고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부정해버렸다.


그러다가 나에게 시간이 아주 많이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에 선택을 내리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형태로 하던 일도 그만두고, 완전한 백수가 된 것이다. 평일과 주말에 경계가 없어지며 월요병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어디에도 매여있지 않고 해야 할 일이 사라진 상태. 잉여로운 시간이 많아지자 내 머릿속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나에게 해답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꽃 피웠다. 이렇게 영감이 떠오를 때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그 마법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아이디어를 부정하는 생각들이 금세 뒤따라 왔다. 그럴 때면 또 자신감이 떨어지고 살짝 무기력해지기를 반복했다.


고민이 있거나 무언가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신기하게도 내 마음은 이미 원하는 방향을 알고 있을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잘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계속 마음을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내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게 보였다. 외부적 요인들도 작은 힌트를 계속 던진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때마침 보게 된 책이나 영화,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힌트를 발견하는 편이다. 작가가 어떤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그 책이 출판이 되어 세상에 나오고, 마침 나의 눈에 띄고, 내가 그 책을 읽고 무언가를 느껴 내가 어떤 선택을 내리는데 영향을 줄 확률.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대화가 오고 가고, 그 대화가 때마침 나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할 확률. 계속 뒤로 더 거슬로 올라가 볼 수 있다. 그 작가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확률부터, 그의 엄마 아빠가 만나고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게 될 확률까지. 그런 모든 작은 우연들이 겹치고 겹쳐 내가 어떤 결심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해보면 꽤 마법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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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를 나침반 삼아 가다 보니 내가 고이고이 숨겨두었던 '언젠가는 책을 쓰고 싶다'는 꿈 앞에 다다랐다. 


내가 뭐라고 책을 쓰겠냐는 생각을 겸손함으로 착각했었다. 그건 사실 겸손함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내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을 거란 두려움. 세상에 내보이기엔 보잘것 없을거란 두려움.


때문에 시작도 안 해보려던 소심한 생각을 나는 겸손함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여러 가지 힌트를 따라 이 문을 가로막고 있던 게 두려움이었다는 걸 인지하게 된 이후, 내 마음속의 또 다른 자아인 모험가가 튀어나왔다. 나는 하고 싶은 일 앞에 조금 더 무모해지기로 했다. 마음속에 꽃 피웠던 영감이 떠나버리기 전에 용기를 내 손을 잡아보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뭐든 일단 시작하고 끝을 보는 게 중요한 거야. 세상이 좀 안 봐주면 어때. 어차피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 그럼 그걸로 된 거 아니야? 분명 아주 멋진 경험이 될 거야.'


이런 생각과 함께 내 두려움은 슬슬 자취를 감추었고, 나는 고이 간직했던 꿈 하나를 세상 밖으로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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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나이가 든 내가 가끔 꺼내보고 싶은 책을 만들기로 했다. 책장에 꽂아두고 잊은 채 살아가지만, 어쩌다 눈에 띄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오래된 앨범 같은 책. 그래서 지금까지의 나를 있게 한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내가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나의 시야를 넓혀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해 준 일들을 써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내가 감동을 받고 자극을 받았듯이, 미래의 나에게도 이 이야기들이 추억을 동반한 채 여전히 감동을 주고 자극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이 완벽하지 않더라고, 설령 그 결과물을 나 혼자 읽게 되더라도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이 책은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니까.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미래의 나를 떠올리며 시작했지만, 이미 현재의 내가 이 과정을 매우 즐기고 있으니까. 어쩌면 이 책은 미래의 나 보다 현재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글을 내가 아닌 누군가가 읽고 있다면 정말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내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이 작은 용기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거쳐 글로 옮겨지고, 그 글이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는 건 나에게 무척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니까.




저의 시야를 넓혀 주었던 사건과 이야기를 크게 아래와 같은 주제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지나간 기억의 단편집 - 나를 있게 한 주변 사람들과 나의 어릴 적 들여다보기
#2.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이야기 - 책, 영화, 예술, 음악, 여행 등 다양한 세계 관찰기
#3. 지구에서 스스로 하는 일 이해하기 - 일과 직업에 관련된 나의 생각들

각 테마 아래에 들어가는 이야기의 순서는 조금 뒤죽박죽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글들을 우선 이 곳에 모아 온 후에 순서나 그 부가적인 것들은 조금 더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 )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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