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명대사 모음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처음 비포 선라이즈를 봤을 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2011년 셀린느와 같은 나이가 되고 비엔나를 여행 중이라는 이유로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 영화는 셀린느와 제시의 아름다운 대화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포 시리즈는 제가 좋아하는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참 잘 표현되어 있는 영화 같아요. 9년 간격으로 18년 동안 같은 배우들이 연기한 것도 멋지고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셀린느와 제시의 사랑과 그 둘의 대화를 리얼타임으로 꽤 일상적이고 담담하게 보여주는데요, 제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일맥상통하는 생각들이 많아서 그런지 비포 시리즈는 보고 나면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좋아하는 대사가 많아서, 영문으로 모아두었던 대사들을 제 맘대로 번역해서 '가끔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에 모아놓으려고 합니다:) 직접 번역한 거라 영화의 한글 자막과는 다를 수도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두 사람은 별이에요. 잊지 말아요. 수십억 년 전 별들이 폭발할 때 이 세상 모든 게 형성됐죠. 우리가 아는 모든 건 별의 파편(stardust)이에요. 잊지 마세요 당신이 별의 조각이라는 걸." - 집시 할머니
"어떤 아저씨 밑에서 일한적이 있었는데, 아저씨는 자신의 커리어와 직업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지금까지의 일생을 보냈다고 했어. 52살이 됐을 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대. 나의 무엇도 누군가에게 준 적이 없구나. 내 인생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었구나. 아저씨는 그 얘기를 할 때 거의 울고 있었어." - 셀린느
"이런 생각이 들었어. 5만 년 전에는 지구에 사람이 백만 명도 없었잖아. 만년 전에는 뭐, 한 2백만 명 정도 있었고. 지금은 지구에 5-60억 명이 살고 있다고 하잖아? 그러면... 만약 우리 한 명 한 명에게 영혼이 있는 거면 다 어디서 오는 걸까? 현대의 영혼들은 초기 영혼들의 일부일 뿐인 걸까? 만약 그렇다고 하면, 지구 시간으로 따지면 짧은 시간인 5만 년 전에 나타난 영혼의 5000분의 1인 거잖아. 그럼 우린 걸어 다니는 아주 작은 영혼의 조각 들인 거지...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흩어지는 걸까? 그래서 우리가 점점 세분화되는 걸까?" - 제시
"세상에 정말 마법이 존재한다면,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는 그 시도에 있다고 생각해. 무언가를 공유하면서 말이야. 성공하는 게 힘들다는 것도 알아. 그래도 해답은 그 시도에 있다고 생각해." - 셀린느
"이렇게 생각한 적 있었어. 내 가족과 친구들 모두 내가 죽은 사실을 모른다면, 그럼 진짜 죽은 게 아닌 거야. 사람들이 나의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만들어내 줄테니까." - 셀린느
"삶의 어색함으로부터 당신을 내려놓아야 해요. 자신으로부터 평화를 찾았을 때만이 진정으로 다른 누군가와 교감할 수 있어요." - 집시 할머니
"만약에 신이 있다면, 우리 안에 있을 것 같진 않아. 너의 안도 아니고 나의 안도 아니고. 너와 나 사이에, 이 작은 공간 안에 있을 것 같아." - 셀린느
"사람들은 기술이 얼마나 대단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절약하는지에 대해 얘기하잖아. 근데 말야. 그 절약한 시간을 아무도 쓰지 않는다면 다 무슨 소용이지?" - 제시
"모든 것이 너무 유한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시간과 특정 순간들이 너무나 중요해지는 거야." - 제시
"백일몽, 망상, 리무진, 속눈썹
당신의 그 예쁜 얼굴로
내 와인잔에 눈물을 떨어뜨려요
그 큰 눈을 보아요
당신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달콤한 케이크와 밀크쉐이크
나는 망상의 천사, 나는 공상의 퍼레이드
당신이 나의 생각을 알았으면 해요
더 이상 추측하지 않았으면 해요
내가 어디서 왔는지 당신은 전혀 알지 못해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우린 전혀 알지 못해요
강 속의 나뭇가지처럼 인생에 박혀
흘러 내려가다가 흐름에 갇혔죠
내가 당신과 있을게요, 당신은 나와 있어요
그렇게 하면 돼요
당신은 나를 알지 않나요?
이제 당신은 나를 알지 않나요?
- 거리에서 마주친 시인
"우리가 인생에서 하는 모든 것들은 조금 더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닐까?" - 셀린느
"난 혼자 있을 때가 진정으로 행복한 것 같아. 외로워도,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서 외롭다고 느끼는 것보단 나아." - 셀린느
"과거의 아픔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면 추억은 멋진 걸 거야." - 셀린느
"나는 나이 드는 게 좋아. 뭐랄까. 더 즉각적인 느낌이 들어. 더 많은 것들에 감사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되었어." - 제시
"어렸을 때 일기 간직하고 있어? 내가 83년에 쓴 일기를 봤는데, 놀랍게도 그때도 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인생을 대하고 있었어. 더 순수하고 희망적이었지만. 내가 느끼고 세상을 보는 방식은 그대로였어." - 셀린느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더 많은 명예를 얻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애쓰고 있단 걸 깨달았어... 그냥 뭔가 피곤해" - 셀린느
제시: 우린 도대체 왜 번호나 연락처 교환을 안 했을까? 도대체 왜?
셀린느: 어리고 멍청했으니까.
제시: 우리가 아직도 그런 것 같아?
셀린느: 어릴 땐 그냥 진짜 사랑의 기회가 많을 거라고 믿잖아. 나중에 돼서야 그런 기회는 아주 가끔 온다는 걸 깨닫지.
제시: 기회가 와도 망쳐버릴 수 있고 말야. 연락도 못하고.
"헤어진 빈자리는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는 없는 거야. 누구나 저마다의 아름다운 디테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 셀린느
"자기, 비행기 놓치겠어." - 셀린느
"나도 알아." - 제시
제시: 내 인생을 통째로 너에게 줬어. 더 크게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아무에게도 주지 않는 거야. 나한테서 자격 박탈의 권한을 찾고 있는 거면, 그건 주지 않을 거야. 나는 너를 사랑하고 거기엔 일말의 망설임도 없어. 하지만 네가 나를 열 받게 하는 모든 것에 대한 리스트를 원하는 거라면 그건 줄 수 있어.
셀린느: 얘기해봐
제시: 1번. 너는 미쳤어. 잘 해봐! 네 잔소리랑 징징거림을 6개월 동안 받아줄 사람을 찾아보라고. 나는 너를 패키지로 수용했어. 너의 이런 모습도 사랑스러운 모습도. 너가 변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그러길 바라지도 않아.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받아들인 거지.
"진정한 사랑을 원한다면 이게 맞아. 실제 삶이니까. 완벽하진 않지만 진짜잖아. 그래도 보이지 않는다면 눈이 먼 거니 두 손 들게." - 제시
제시: 저는 시간 여행자예요. 제 방에 타임머신이 있는데 당신을 구해주러 왔어요.
셀린느: 뭘 구해요?
제시: 인생의 하찮은 것들로부터 눈이 멀게 될까 봐요
셀린느: 하찮지 않아요
제시: 당신이 흐릿하게 기억하는 기차에서 만난 다정하고 로맨틱한 남자 있죠?
그게 나예요.
"가끔 나는 남편 얼굴 하나하나를 기억해보려고 해 - 정확한 그이의 눈 색깔, 입술, 이빨, 피부, 머리 - 그가 세상을 떠나고 모두 사라졌어. 가끔은, 항상은 아니지만, 가끔은 진짜 그가 보이는 것 같아. 구름이 걷히고 나타나는 느낌이랄까. 만질 수 있을 것 같다가도, 현실이 들어오고 그는 또 사라져버려. 한동안 매일 아침마다 이러고 있었어. 해가 너무 쨍쨍하지 않을 때 말야. 해가 너무 강하면 그는 사라지거든. 해가 뜨고 지듯이 그는 나타났다가 사라져. 하루살이처럼 말이야."
"우리 인생 같아 - 우리는 모두 나타났다가 사라지지. 우린 누군가에겐 무척이나 중요한 존재지만, 모두 잠시 왔다 갈 뿐이야." - 나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