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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융 Jun 20. 2017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전략적으로 디자인된 오피스

바르셀로나 스타트업 Typeform 본사 방문기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을 고르라면 이 곳일 것 같아요. 디지털 상에서 아름답고 인간적인 설문조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타입폼(Typeform). 워낙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는 서비스이고,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라 본사가 바르셀로나라는 걸 알고 꽤 놀랐는데, 직접 만나보고 더욱 팬이 되었습니다. 디자인도 훌륭하고 멋진 철학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라 호감이 있었는데 이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며 감탄하고 돌아왔어요. 글래스도어에서 직원들의 평가가 거의 만점인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주 금요일 타입폼의 본사를 방문해 브랜드 마케팅 팀장 Bozena와 나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


먼저 Typeform이 어떤 곳인지 간단히 소개하자면.


가장 인간적인 데이터 수집, Typeform


타입폼은 가장 아름답고 인간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작은 체크박스를 애써 선택해야 하는 기존의 지루한 온라인 형식과 달리 타입폼은 보기도 좋고 편리한 UI/UX로 사람들을 몰입시킨다. 수십 개의 항목이 동시에 나와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사람과 대화하듯이 질문도 한 번에 하나씩 나오고, 심플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설문조사를 만드는 사람에게도 응답하는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


Typeform 홈페이지. 타입폼을 활용한 웹사이트도 제작 가능하다!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 덕분인지 타입폼을 이용한 설문조사는 응답률이 평균 50%를 넘어서고 답변을 했던 사람들이 타입폼의 새로운 유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타입폼의 설문조사를 완료하면 create your own typeform이란 메시지가 뜨는데, 프로덕트가 가지고 있는 이런 자체 바이럴성으로 인해 초기에는 유저가 유저를 낳으며 성장했다.


타입폼의 서비스는 꼭 설문조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회원가입, 퀴즈, 상품 주문, 인사평가 등 가지각색으로 쓰인다. "조금 더 사람답게"라는 미션에서 볼 수 있듯이 타입폼은 가장 인간적인 데이터 수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재 에어비앤비, 우버, 인디고고, 트렐로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개인과 단체가 타입폼을 쓰고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typeform 웹사이트에서 직접 체험해보세요. 무료 버전으로도 멋진 설문조사를 만들 수 있어요)



매일 출근하고 싶은 오피스

두근두근. 타입폼의 본사를 방문하게 되다니. 만나기로 한 시간에 타입폼의 로고가 새겨진 문 앞에 도착했고, 약간은 긴장된 마음으로 벨을 눌렀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카페 같은 리셉션 데스크가 나를 반겼기 때문이다.


Bar가 된 리셉션 데스크

"어서 오세요! 우선 여기 아이패드에 타입폼을 작성해주세요. 뭐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아... 네 아이스커피 있나요?"
"그럼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커피를 뽑아드릴게요 :)"

리셉션 데스크의 줄리오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속으로 리셉션 광경에 매우 신기해하며 아이패드에 있는 타입폼을 작성했다. 회사 입구부터 자기들의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친근한 줄리오 덕분에 회사의 첫인상부터가 좋았다.


자꾸만 찾고 싶은 리셉션

타입폼은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리셉션을 바로 바꿔버렸다. 어쩌면 직원들이 가장 피할 수도 있는 딱딱한 장소를 아침에 제일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곳에서 직원들은 미팅을 온 사람들을 반기고,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신다. 직원들끼리도 자연스러운 교류가 오가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타입폼의 사무실은 어딜 가나 식물 투성이다. 리셉션의 식물들과 줄리오가 내려준 커피


타입폼을 작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Bozena가 나를 반기러 왔다. 커피를 마시고 캐주얼한 대화가 오가며 자연스럽게 아이스브레이킹이 되었다.

이때 알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 이 아이맥에 붙어 있는 스티커들은 타입폼에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다. 양손에는 각자 좋아하는 것이 들려 있다.

https://www.instagram.com/typeform

"타입폼의 모든 직원은 유니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작은 스티커로 만들었어요."

싱크로율 이백프로. 전 직원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묻고, 어떤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스티커를 만들었다고 한다. 별거 아니지만 이렇게 별거 아닌 거에서 타입폼의 일상적인 모습이 느껴졌다. 이런 귀여운 이벤트가 일하는데 소소한 즐거움을 더해줄 것 같다.


커피를 모두 마신 후 본격 오피스 투어를 시작했다.



직원들을 위해 신선한 공기까지 챙기는 회사


타입폼은 "인간적 경험(human experience)"을 중요시한다. '유저'가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며 조금 더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타입폼의 철학은 오피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디자인되고 설계된 모든 것이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말하는 타입폼. 서비스도 마찬가지지만 오피스 역시 사용하는 사람들(직원들)의 최고의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디자인되었다. 돌이켜보면 입구의 리셉션부터 좋은 첫인상을 받았던 것도 잘 짜여진 디자인으로 인한 의도된 경험인 것이다.


공기 정화 식물이 가득한 사무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단연 오피스 내 식물이다! 식물도 그냥 식물이 아니다. 인도의 환경운동가 카말 미틀의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법] TED 강연에서 영감을 받아 3가지의 공기정화 식물로 사무실을 채웠다. 식물이 하나만 있어도 스트레스와 소음을 줄이고 공기 정화는 물론 창의력과 효율성이 오른다고 한다. 특히 이 세 가지 식물은 건강에도 좋고 인간의 생산력이 무려 20% 이상 향상한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는데, 하나만 있어도 좋다는 이 세 가지 식물이 타입폼에는 700개가 넘게 자라고 있다. 사무실 안에 직원들의 건강과 신선한 공기를 위해 정글을 키우는 셈이다.

직원들이 '정글'이라고 부르는 휴게 공간
꽉 막힌 콘크리트 벽 대신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살아있는 벽!
햇살도 아주 잘 들어온다

타입폼에는 내 자리도 있지만 회사에 있는 공간 아무데서나 일해도 된다. 팀마다 각자 일하는 구역은 있지만 벽과 문 대신 커튼이나 식물로 구역이 나눠져 있다. 때문에 아주 커다란 오픈 스페이스의 느낌이 나고 동선상 사람과 사람 간의 인터랙션이 일어난다. 이는 결국 서로 간의 관계로 이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오가는 환경을 조성한다.


개발자들이 앉는 곳
케이터링이 나오는 키친.

타입폼 키친의 모든 재료는 유기농이다. 케이터링은 음식의 영양분 밸런스도 고려해 만들어진다. 그만큼 회사가 공기부터 음식까지 직원들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점심이면 이 곳에 도란도란 앉아 밥을 먹는다
아테네의 회의 장소 아고라에 영감받아 만들어진 타입폼 버전의 아고라! 이 곳에서 다양한 회의와 발표가 진행된다.

조용히 혼자 업무에 집중하고 싶거나 팀원들과 뭔가를 나누고 싶을 때, 잠시 쉬고 싶을 때 등 나의 기분이나 목적에 따라 회사 내에서 필요한 곳을 찾을 수 있다.

해먹도 있고 앉을 공간도 많앗던 루프탑. 루프탑에서 종종 사내 이벤트가 열린다.
타입폼 마스코트 책상이 있는 미팅룸


지하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부터 루프탑까지 구경을 마치고 타입폼의 정글에 앉아 보제나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중 가장 인상적이였던 몇 가지:

-직원들이 행복해보이는 이유를 묻자 보제나는 이보다 좋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타입폼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는 조직이다. 자유롭고 bottom-up으로 일해서 굉장히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자유롭게 일하면서 자기자신을 챌린징하며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급성장하면 성장통이 있거나 문화가 변해서 힘들지는 않았냐고 묻자 변하긴 했지만 그래서 안 좋은건 아니고 지금은 지금대로 좋다고 한다. 변화했어도 모든 일이 '사람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코어는 놓치지 않았다. 타입폼의 코파운더 한명은 디자이너다. 서비스만 봐도 알겠지만 모든게 사람 중심이자 디자인 중심이다. 디자인 중심인게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경험'이란 회사 철학이 모든 것에 '디자인'되기 때문이다.

-'좋은 회사'라는건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고 업무 환경이 좋고 성과도 잘 내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집중' 해야한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이니까 좋은 환경과 문화가 저절로 생길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마케팅팀은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전 세계 이곳 저곳을 여행하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본 사람들이 모였다. 어떻게 그렇게 모였냐고 묻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좀 재미있고 신기해서 마케팅 팀끼리도 이 얘기를 자주 한다고. 보제나는 이런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이 이런 회사를 찾아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이런 사람들을 선택한 것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세계를 탐험하고 여러가지를 도전해본 비슷한 프로필의 사람들이 타입폼이라는 회사를 찾아 지원한 것이다.




보제나와의 인터뷰는 그 자체 만으로도 할 얘기가 많아서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이 곳에서 어떻게 일하게 되었나?

-타입폼에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나?

-타입폼의 직원들이 행복한 이유

-가장 힘들었던 시기

-다음 목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글을 읽어주세요:)




Typeform 웹사이트: https://www.typeform.com

Typeform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ype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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