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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_diversity

원래부터 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성_diversity



1.

사람은 누구나 낯선 사람이 자신이 속한 영역에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탐색을 시작한다. 우선 이 사람이 나와 같은 편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리고 나아가서 내 영역에서 공존을 할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내 영역을 침범할 사람인지…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지만 날을 세우고 촉각을 세우며 지켜본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런 성향이 어린아이들 세계에서는 누가 봐도 티가 날 정도로 탐색을 하는 것이 보이지만, 이내 아이들은 꽤나 쿨하게 “넌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로 시작해서 어느 순간 “우리 같이 놀래? 나와 친구 하자.”라는 간단한 과정을 거쳐서 금세 또래 집단과 융화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어른이 될수록 겉으로는 상당히 젠틀한 것 같지만 이미 흔들리는 동공 뒤에 숨겨진 두뇌에서는 빠르게 계산기를 돌리는 것이 보인다. 친절한 미소와 호의를 담은 악수 뒤에는 한 컷짜리 만평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시커먼 속내를 꾹꾹 눌러서 감추고 있다. 때때로 내 안에도 이런 이중성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씁쓸하게도 이것이 어른 세계의 실상이다.



2.

그릇은 여러 종류가 있다. 밥그릇, 국그릇, 일품요리를 담아내는 각각 크기의 접시, 작은 종지 등등. 각자의 그릇은 각기 다른 용도를 지니고 있다. 만들어낸 음식이 얼마 없고, 음식을 먹을 사람도 몇 안되면 그저 2-3개의 그릇으로 한 끼 식사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의 양도 많고, 그 음식을 먹고자 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그릇이 필요하게 된다. 지금 이 상황이 일정한 음식을 여러 명이 무조건 나눠먹어야 하는 상태인지, 여러 사람이 붙어서 좀 더 다양한 음식을 해서 필요로 하는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줘야 하는 건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나는 성향상 다른 사람이 손에 쥐고 있는 밥그릇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의 밥그릇에 담겨 있는 밥을 뺏어먹고 싶은 마음도 없다. 세상에는 이미 훌륭한 재료가 많이 있고, 내가 좀 더 눈을 돌리고 생각을 바꿔서 노력하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 내가 만든 요리를 여러 사람이 함께 맛보며 즐거워할 수도 있다. ‘원래부터 내 것이었어’ 식의 밥그릇 논쟁은 내려놨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다양한 그릇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했으면 한다.



3.

취미발레에 발을 들이고 발레 세계에 어느 정도 관여를 하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 발레는 직접 해보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 이외에도 부수적으로 파생할 수 있는 여러 요건을 갖춘 예술이다. 팬미팅 형식의 작은 강연회를 열수도 있고, 발레 음악, 발레 무대미술 등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다. 취미발레인부터 전공생, 발레 애호가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에 따라서 좀 더 세분화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도 있다. 무용실에서 춤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자신이 배우는 동작과 연습이 어떤 작품의 결과물로 작용할 것인지 파악했으면 한다. 꼭 공연이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예술의 어느 부분을 차지할 것인지 인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발레에 있어서 방법적인 다양성과 결과물의 다각화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발레를 하고 있고, 배우고자 하고, 가르치고 있는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예술이 의미하는 통합적인 연장선을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의 나는 여러 가지 기획을 하며 도전도 되고,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오히려 많이 배우기도 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편 가르기 장벽에 숨이 턱 막혀오기도 한다. 그래도 발을 내디딘 이상 계속 전진할 예정이다. 오늘도 머릿속에서 맴도는 많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생각을 모으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세상에 원래부터 내 것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김윤식 / 제공:김윤식  yoon6photoⓒ 2017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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